경제·금융 금융정책

"서류 위조해 사업자 주담대로 주택 구입"…금감원 불법 사업자 주담대 칼 빼들었다

LTV규제 없는 저축은행 사업자 주담대 겨냥

사업자 주담대, 2019년 比 117% 증가

금리 상승 시 대출부실 가능성 커





금융권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저축은행에서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한 작업대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모집인, 모집법인에서 서류를 위·변조해 주택구입자금으로 사용되거나 대출액을 늘리는 방식이다. 금리 인상, 부동산 경기 하락 시 사업자 주담대의 대출 부실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 대출모집인 현장검사 시 사업자 주담대의 적정성을 중점 검사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법 사업자 주담대 행태에 엄중 대응하겠다며 21일 밝혔다. 사업자 주담대는 주택 구입 목적이 아닌 사업자금을 위한 주담대로 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해 저축은행의 사업자 주담대가 최근 빠르게 증가했다. 3월 말 기준 12조4000억 원으로 2019년 말(5조7000억 원)보다 117%나 증가했다. 사업자 주담대 중 개인사업자 주담대 비중이 83.1%로 주로 개인사업자에서 많이 취급됐다.



이 같은 사업자 주담대의 급증은 대출모집인, 모집법인 등으로 이뤄진 작업대출조직이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주도적으로 위·변조해 작업대출을 실행한 데서 비롯됐다는 게 금융 당국의 분석이다. 차주가 사업 목적으로 사용할 의도 없이 사업자 주담대를 신청한 뒤 작업대출조직이 자금 사용처 소명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위·변조한다. 여신거래기본약관 상 사업자 주담대의 경우 차주는 3개월 내 대출금 용도를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택구입자금을 마련하는 용도로도 사업자 주담대가 활용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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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장에서는 이미 다른 금융사에서 가계 주담대를 가진 차주에게 작업대출조직이 주담대를 일부·전액 상환한 뒤 사업자 주담대를 받게 하는 유형도 적발됐다. 타 금융사에서 정한 근저당권이 해지돼 저축은행에서 사업자 주담대 시 대출가능금액이 늘어나는 점을 겨냥한 방식이다. 이렇게 받은 대출금 중 일부는 작업대출조직에게 상환하고 나머지를 차주가 사용한다. 이 외에도 주택구입 목적으로 사용한 대부업체 주담대를 저축은행의 사업자 주담대로 상환하게 하는 유형도 있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불법 사업자 주담대가 저축은행의 부실 위험을 높이고 가계대출 규제를 형해화한다고 비판했다. 저축은행이 보유한 사업자 주담대의 평균 LTV는 75%로 저축은행의 가계 주담대(42.4%)에 비해 상당히 높다. 사업자 주담대 중 LTV 80%가 넘는 고(高) LTV 사업자주담대도 전체의 48.4%나 차지했다.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인상 시 저축은행의 사업자 주담대 차주가 연간 부담해야 할 이자액은 1240억 원 늘어난다. 반면 사업자 주담대의 대소충당금 요적립률은 정상이 0.85%, 요주의 7%, 회수의문 50%로 가계 주담대보다 낮다. 금리 인상이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사업자 주담대의 규모가 저축은행의 부실 뇌관으로 작용할 소지가 큰 셈이다.

금감원이 향후 저축은행 검사 시 작업대출 관련 여신심사, 사후 관리의 적정성 등을 중점검사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올해 하반기 중 대출모집인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실시하고 불법 작업대출에 연루된 대출모집인에게 엄중 제재할 예정이다. 모집 위탁계약을 해지하고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등의 조치도 적극 추진된다. 금감원 측은 “사업 외 용도로 대출금이 사용될 것임을 알고 사업자 주담대를 취급하는 등의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금융소비자도 서류 위·변조에 가담 시 단순 피해자가 아닌 공범으로 형사처벌받을 수 있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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