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53년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규정한 연장로시간 주 단위를 월 단위로 바꾸기로 했다. 새로운 산업과 시대를 따라가지 못해 공장시대법이라고 지적되는 근로기준법을 70년 만에 고치겠다는 것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브리핑을 열고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로 월 단위로 관리하는 등 총량 관리단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근로시간제는 주 단위로 법정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합해 주 52시간제로 운영된다.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바뀌는 과정에서도 주 단위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유지됐다. 정부가 연장근로만 월 단위로 고치기로 한 이유는 현 시대상을 법이 못 따라가서다. 이 장관은 “새로운 산업과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 기업과 업종의 경영여건이 복잡하고 다양해졌다”며 “산업화 시대에서 만든 노동규범과 관행으로 구조적 문제 해결이 어렵고 경제와 사회의 성장, 일에 대한 성과 보상의 걸림돌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주 52시간제로 부족한 근로시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보완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유연근로제는 절차와 요건이 어려워 활용률이 10% 미만이다. 특히 정부가 인가하는 특별연장근로 건수는 2019년 908건에서 작년 6477건으로 6배 넘게 늘었다. 이 때문에 주 52시간제를 만든 정부가 되레 근로시간을 늘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노동계에서 줄곧 제기됐다. 고용부는 연장근로를 통해 근로시간 틀을 새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연장근로를 월 단위로 고치면 여러 보완대책의 의존도를 줄이고 최종적으로 노사의 근로시간 재량권이 더 확대된다고 기대한다. 고용부는 근로시간 추가 대책으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하고 선택적 근로제의 정산기간을 확대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근로시간과 임금체계를 노동개혁 두 축으로 삼았다. 현장에 뿌리깊은 연공성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으로 전환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게 임금 분야 노동개혁의 주 방향이다. 임금은 정부가 강제하지 못하는 사안이다. 고용부는 임금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민간 스스로 임금체계를 바꿀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선다.
고용부는 이달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를 구성하고, 실태조사, 국민 의견수렴 등을 통해 이르면 10월까지 구체적인 정책안을 만든다. 하지만 노동개혁 정책 대부분은 법 개정 사항이어서 실제로 얼마나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연장근로 단위 변경도 근로기준법 제53조를 개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행 노동법제는 임금과 근로시간을 노사가 합의로 결정하는게 기본 골격이다. 근로시간이 기존 보다 늘고, 임금이 줄 수 있는 정책 변화에 대해서는 노동계의 강한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충분한 논의과정과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중단없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