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년제 대학 총장들이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정부의 과감한 재정 지원 확대와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아울러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을 위해 탄력적인 교육체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 4년제 대학 연합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3일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대학교육의 발전 방향과 대교협의 과제'를 주제로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 199개 대교협 회원대학 가운데 133개 대학 총장들이 참석했다.
홍원화 대교협 회장(경북대 총장)은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 확대를 위한 재정 확보 방안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개회사에서 “새 정부가 대학평가와 규제 개혁,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학사제도 유연화, 부실·한계대학 개선 등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은 다행이지만 대학재정 문제 해소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 정책이 누락됐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초·중등교육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해 고등교육에도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다. 대학들은 고등교육세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홍 회장은 또 “새 정부가 제시한 고등교육 정책은 과제별로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황인 만큼, 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수립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새정부의 고등교육정책과 대교협의 과제’를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 황홍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도 법률에 근거해 대학에 대한 장기적 재정 투자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교육·과학기술분과 전문위원을 지낸 황 교수는 “고등교육 전반의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분야·영역별로 세계 수준의 대학을 육성하는 것은 초·중등교육 정상화를 위해 선결 과제”라면서 “이를 위해 조속하고 과감한 재정 투자가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대학 지원을 위한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과 고등교육세 신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대학들이 반도체 등 인력수요에 맞춰 탄력적인 교육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재학생을 대상으로 ‘산업 수요 선택 전공’을 개설할 경우 전임교원 확보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다른 직업교육훈련기관에 위탁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졸업자에게 학점·전공 단위 편입학 기회를 제공하고 출신학교는 물론 다른 대학으로의 편입학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황 교수는 대학에 대해 자율을 확대하되 책무성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 스스로 행정기관의 틀에서 벗어나 학교와 학과, 모집단위, 교직원의 이해관계 보다 학생과 국가·지역사회의 요구를 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면서 “학생들의 진로와 취업에 도움을 주는 선택 전공을 적극 개설하는 등 학생의 성장과 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