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하신 예비역 장병 여러분은 문진표 작성과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실시해주시기 바랍니다.”
22일 경기도 남양주 진접읍 75사단 동원훈련장에 입소하는 예비군들에게는 이 같은 안내가 이어졌다. 3년 만에 실시되는 예비군 동원 훈련에 예비군들은 설렘과 불만이 교차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 모 씨는 “전역 후 동원 훈련을 처음 오게 돼 뭔가 기대된다”고 했으나 정 모 씨는 “오랜만에 군대에 오니까 반갑기도 한데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고 했다. 군도 방역 상황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75사단 군 관계자는 “무엇보다 사고와 감염 차단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위병소를 지나 연병장에 도착하니 예비군 대대에선 자가진단키트와 문진표 그리고 여분의 마스크를 나눠줬다. 문진표를 작성하고 자가진단키트에 음성을 확인한 다음 훈련장에 입소할 수 있었다. 여분의 마스크에 대해 군 관계자는 “훈련 이후 착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240여 명이 동원 훈련에 참여한 가운데 양성 판정이 떠 귀가한 인원은 없었다.
입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먼저 입영한 예비역 장병들은 생활관에서 요대와 방탄 헬멧 등 훈련에 필요한 물자를 지급 받았다. 이날 동원 훈련에 참여한 예비군 이현수(26) 씨는 “군 시설이 으레 그렇듯 지저분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며 “특히 방탄 헬멧은 보통 오래 되고 지저분해 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향기가 난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훈련을 마친 뒤 매일 세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방탄은 탈취제와 제습기를 통해 청결을 유지했다”고 했다.
35℃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도 동원 훈련은 실외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행됐다. 군 관계자는 “50인 이상 참석하는 훈련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실외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5월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으나 방역 당국은 50인 이상이 참석하는 집회·행사에선 실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병들은 원칙적으로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했다.
다만 이 같은 원칙은 잘 지켜지지 않기도 했다. 마스크 착용이 잘 지켜지지 않다 보니 감염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오요운(27) 씨는 “훈련 받는 인원들이 너무 덥다보니 훈련 간 마스크를 잘 착용하지 않았다”며 “각지에서 모이는 훈련인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다 보니 감염 우려도 있었다”고 했다. 허 씨(28)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지만 너무 더워서 쓰기 힘들었다”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군 측의 별 다른 통제는 없었다”고 했다.
군은 식사 간에 감염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취사장에 모두 아크릴 판을 설치했다. 이 씨는 “모든 좌석에 아크릴 판을 통해 비말 등을 차단할 수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배식을 진행하는 장병들은 마스크 착용과 위생 모자·장갑 등을 착용했다. 군 관계자는 “특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실내 활동에 대해 감염 위험을 차단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했다.
폭염 속에 진행되는 훈련에서 온열 질환 발생을 대비한 준비도 갖춰져 있었다. 사격장·응급구조훈련장·화생방훈련장에는 모두 급수대와 온열 키트가 준비돼 있었다. 허 씨는 “훈련장에 갖춰진 급수대를 준비해준 것이 좋았다”며 “이날 특히 더워 많은 예비군들이 급수대를 이용했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여름에 진행하는 훈련이기 때문에 탈수 방지와 온열 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급수대와 폭염응급키트를 마련했다”고 했다. 각 훈련장에는 앰뷸런스 차량도 대기하고 있었다. 차량엔 군의관·응급구조부사관·의무병 등이 응급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가까운 곳에 사단의무대가 있지만 응급 상황을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훈련장에선 진귀한 풍경도 펼쳐졌다. 그간 예비군 훈련이 실시되지 않은 2020년과 2021년에 원격 교육을 이수한 예비군들은 오전에 곧 바로 퇴소하기도 했다. 원격 교육 이수와 헌혈 여부 등에 따라 예비군들의 퇴소 시간이 결정됐다. 이 씨는 “왕복 6시간 걸려서 왔는데 점심만 먹고 귀가를 하라고 하니 허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