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국내증시의 하락폭이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 우려로 더욱 커졌다. 또 빚을 내서 투자한 소위 ‘빚투족’은 증권사에 담보로 맡긴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담보 부족에 직면해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원화 약세 심화도 외국인 수급에 악재로 작용했다. 다만 국내 증시는 24일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다음 주 한국 증시가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금융당국은 과도한 불안심리로 증시 변동성이 추가로 확대될 경우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상황별로 필요한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해 나갈 방침이다.
NH투자증권은 다음주 코스피 주간 예상 밴드를 2250~2400 포인트로 제시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코스피는 전주 17일 종가 대비 74.33포인트(3.05%) 내린 2366.60으로 거래를 마쳤다. 23일 장중 저점(2306.48)은 작년 6월 25일 장중 고점(3316.08) 대비 30.45%(1009.6포인트) 떨어졌다. 코스닥 역시 전주 대비 48.39포인트(6.06%) 내린 750.30에 마감했다. 23일 종가는 2020년 6월 15일의 693.15 이후 최저치이자 연저점이다.
550만 동학개미들의 지지를 받던 삼성전자(005930)도 이번 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23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00원(0.35%) 하락한 5만 7400원에 장을 마치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공포는 다시 떠오르며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고 분석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2일(현지시간) 경기침체가 닥칠 가능성을 공개 인정하고 나서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경기침체는) 확실히 하나의 가능성"이라면서 경기침체를 일으킬 의도는 없지만 "그 가능성이 존재하며 연착륙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빚을 내서 투자한 소위 ‘빚투족’은 증권사에 담보로 맡긴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담보 부족에 직면해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청산되는 물량 자체도 수급에 부담일 뿐 아니라 담보 비율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주식을 파는 ‘악순환’까지 이어지며 증시 수급을 저해했다. 증권사들의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 물량이 대거 나오면서 중소형주 주가에 더 큰 충격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의 낙폭이 두드러진 주원인으로는 CFD를 비롯한 반대매매 출현, 북한의 핵실험과 무력 도발 위험, 최근 개선되고 있는 중국 경제 상황과 한국 간 탈동조화(디커플링) 우려를 꼽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내부 수급 요인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진단했다.
원화 약세 심화도 외국인 수급에 악재로 작용했다. 23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4.5원 오른 1301.8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300원을 넘은 것은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처음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3일 시황에 대해 "미국 증시가 경기 불안 심리 지속으로 하락 마감한 점도 부담이었으며, 개인 수급 불안으로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특별한 이슈성 재료에 따른 반응보다는 수급 요인으로 코스피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매매와 실망 매물이 대거 출회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증시는 24일 반등에 성공했다.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2.28포인트(2.26%) 오른 2366.60에 장을 마쳤다. 2021년 2월 25일(3.50%) 이후 1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삼성전자도 6거래일 만에 상승 반전했다. 전 거래일보다 1.74% 오른 5만 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 업황 우려에도 불구하고 낙폭이 과대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의 반등 폭이 컸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35.92포인트(5.03%) 오른 750.30에 마감했다. 2020년 6월 16일 이후 약 2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이 팀장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기대 인플레이션 약화 가능성이 유입되고 과도하게 앞서간 긴축 기조 확대 우려도 완화했다"며 "반대매매, 외국인 선물 매매 등으로 악화한 수급 여건도 다소 개선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주 한국 증시가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위축된 당분간 반전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NH투자증권은 다음주 코스피 주간 예상 밴드를 2250~2400 포인트로 제시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계 자금의 한국 자본시장 이탈 우려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투자 심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국에서 소비자신뢰지수 PMI 등 심리지표들이 발표를 앞두고 있으나, 긍정적인 수치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수출은 마이너스 전환이 예상, 조업일수 감소 영향으로 즉각적인 실적 추정치 하향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나, 심리적으로는 긍정적 작용하긴 어려울 것이다”고 전망했다.
당분간 증시가 박스권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 통과)이 확인되지 않았고 경기 침체 가능성도 여전해 향후 경제지표들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한국 등 주요국 증시는 낙폭 과대 인식, 임박한 2분기 실적 기대감 등에 힘입어 기술적 반등이 수시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7월 중 발표될 예정인 6월 인플레이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 경제지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75bp 인상에 대한 재료 소멸 인식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박스권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동장 장세에서 그간 낙폭이 과도한 성장주는 상승 가능성이 있어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 구간에서 단기 낙폭이 컸던 종목들이 이번 반등 구간에서 상승 폭이 클 것이다"며 "코스피에서는 게임, 코스닥에서는 바이오·2차전지 소재 기업들을 접근해보면 좋겠다"고 분석했다. 신 연구원은 "모빌리티 업종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테마다"며 "상반기 차량용 반도체 생산 이슈와 이에 따른 전기차 출시 지연으로 자동차 및 배터리 업체들의 주가 상승폭은 미미했지만 두가지 이슈들이 하반기에는 해소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IT 수요 둔화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 정상화가 진행 중이고, 이로 인해 자동차 OEM들의 전기차 신모델 출시도 본격화될 것이다. 최근 높아진 유류비 부담 역시 소비자들의 전기차 교체를 가속화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전날 과도한 불안심리로 증시 변동성이 추가로 확대될 경우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상황별로 필요한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도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를 경각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최근 우리 증시의 투자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되고 있고 이게 증시 변동 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증시 전문가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통화긴축과 높은 인플레이션, 경기침체에 우리 증시가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우리 증시가 다시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과 이에 따른 급격한 '쏠림 매매'는 경계하고 더욱 냉철하게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