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2’가 관람객 수가 1200만 명을 목전에 뒀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잔학무도한 범죄자를 제압하는 배우 마동석(마석도 역) 씨에게 관람객들은 열광했다. 마석도는 법적 테두리를 벗어날지언정 물러서지 않는다. “나쁜 놈은 그냥 잡는 것”이라며 정의를 구현하는 마석도를 보며 관람객들은 한국의 경찰을 떠올렸다. 왜 한국엔 마석도 같은 경찰이 없는가.
26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범죄도시2’에 대해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며 선을 그었다. 현실에서 마석도 같은 경찰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피의자를 폭행하며 과잉 진압하는 마석도는 오히려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실에는 ‘범죄도시2’의 범죄자가 없다.
현실에서 마석도의 통쾌한 무력을 보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범죄도시2’에 등장하는 범죄자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범죄도시2’의 범죄자인 배우 손석구(강해상 역) 씨는 흉기로 사람들을 잔혹하게 살해한다. 상대가 경찰이라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강해상과 마석도가 펼치는 액션 장면은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다만 현실에서 99%의 범죄자들은 경찰에게 흉기를 휘두르지 않는다. 경찰을 피해 도망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범죄자가 경찰에게 대항하더라도 영화처럼 경찰이 단신으로 범죄자와 싸우는 경우는 없다. 일반적으로 흉악 범죄자 한 명을 체포하기 위해서도 여러 명의 경찰관이 동시에 투입된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강력계에 있는 형사들은 영화처럼 다들 건장하고 범죄자들을 제압할만한 능력을 다 갖추고 있다”며 “영화에서는 경찰이 주먹과 발로 피의자를 폭행하는데, 과잉대응이라고 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마석도는 피의자를 ‘제압’하는 게 아니라 ‘폭행’한다.
경찰 관계자들은 “영화 속 마석도는 피의자를 제압하려는 것이 아니라 폭행하려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영화 속 마석도는 피의자를 제압하는 데 있어 물리적 힘을 최대로 발휘했다.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마석도인 만큼 피의자를 빠르게 제압할 수 있었음에도 스포츠 경기를 하듯 발과 주먹으로 구타를 한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것이다.
유행어로 사용되는 ‘진실의 방’도 위법의 소지가 많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2항에 명시된 ‘진술거부권’에 어긋난다. 마석도는 ‘진실의 방’이라는 사실상 고문에 의해 강제적인 자백을 강요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영화 내에서는 피의자가 무조건적인 ‘악인’으로 비춰지기에 ‘진실의 방’이 문제가 없다고 관람객들은 느낀다”며 “현실에서 그런 비문명적인 방식의 조사가 벌어진다면 세상이 뒤집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명감 없는 경찰 분위기는 사실
다만 피의자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저자세를 취하는 경찰이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압과정에서 피의자의 부상이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경우 경찰 개인에게 형·민사소송을 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다. 경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경찰 조직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문화가 팽배해지면서 일선 경찰들은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경찰청 게시판에는 “현장 경찰들은 몸 사려라”는 취지의 글이 반복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상해?금전적 손실에 대해 경찰 개인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손해배상을 한 사례를 공유하며 “왜 경찰이 현장에서 무능력한지 경찰 개인만 탓할 것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근무하는 한 일선 경찰관도 “주취자에게 발로 차이거나 주먹으로 맞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만 문제를 더 키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교수는 “일선 경찰관들이 말하듯 이전에는 경찰 조직 차원에서 개인을 보호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다만 지금은 손실보상제도가 도입됐고,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형사책임 감면 조항도 새롭게 신설이 된 만큼 경찰관 개인이 배상을 해야 하는 시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경찰이 실제 금전적 피해를 입지 않더라도 민원을 받고 고소?고발을 당해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력한 법 집행 필요해…“미국 경찰과 한국 경찰의 중간점 찾아야”
전문가들은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무시당하는 일이 없도록 강력한 법 집행을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취자들은 경찰을 때려도 괜찮고 시위현장에서 위험한 행동을 해도 특별한 제지를 받지 않는 것이 한국의 모습”이라며 “공권력 강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처럼 지나친 무력 사용이 동반돼서는 안 된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중간지점이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마석도처럼) 경찰관들의 적극적 공권력 행사를 원한다면 경찰관들을 상대로 한 투서나 악성민원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내부 감찰 제도가 아닌 제3자가 참여하는 중립적 기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