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들은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규제로 ‘대학 재정 지원 평가’와 ‘등록금’을 꼽았다. 대입 제도 개편에 따라 고교학점제가 도입될 경우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을 가장 많이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의 정원 규제를 완화하려는 데 대해서는 총장 3명 중 2명이 반대했다.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세미나에 참석한 전국 4년제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실시해 26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장들은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개선이 가장 시급한 규제’에 대해 ‘대학 재정 지원 평가(44.3%)’와 ‘등록금(40.5%)’을 지목했다.
대학들은 그동안 교육부가 실시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등 각종 평가의 지표가 획일적이어서 대학별 특성화가 힘들고 평가 준비로 인해 많은 행·재정적 낭비가 발생한다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또 14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재정난이 심화한 탓에 투자 여력이 고갈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부실대학을 제외한 대학들을 폭넓게 지원한 뒤 향후 성과를 평가하는 ‘선 지원 후 평가’로 바꾸고 등록금 규제도 학생·학부모 부담 경감 방안 마련을 전제로 조만간 풀겠다는 입장이다.
대학 총장들은 향후 고교학점제가 도입될 경우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 모집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고교학점제 도입 시 확대할 입시전형으로는 ‘학생부종합전형(60.5%)’이 가장 많았고 이어 ‘학생부교과전형(22.1%)’ 등 수시전형이 80%가 넘었다. 반면 정시 모집인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은 15.1%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가 정시 모집 확대 기조를 표방하면서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이 40%까지 확대됐지만 대학들은 다양한 배경과 능력을 지닌 우수한 학생을 미리 뽑을 수 있고 공교육 정상화에도 도움이 되는 수시 모집, 특히 학종전형을 선호하는 경향이다. 고교학점제 도입 시 수능 위주 전형이 모집 인원에서 어느 정도를 차지해야 적정한지를 묻는 질문에 ‘20~30%(27.2%)’가 가장 많았고 ‘10% 미만(17.3%)’이 뒤를 이었다. 수능 위주 정시 비중이 30% 미만이어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59.3%를 차지했다.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리는 등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데 대해 응답자의 65.9%가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응답자의 67%가 비수도권 대학 총장인 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은 반대 이유로 ‘수도권 쏠림 현상 가중’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대에 악영향’ 등을 꼽았다. 이병수 고신대 총장은 “윤석열 정부의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지방대 구성원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고 박명수 원광대 총장은 “고등교육 생태계가 과거에는 일정하게 견딜 수 있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무너지고 있다”면서 “비수도권 대학만 지원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대학과 중소규모 대학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고등교육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수도권 대학 총장들은 ‘양질의 첨단 인력 수급으로 경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거나 ‘첨단산업 인재 양성이 너무나 시급한 과제이므로 수도권-비수도권으로 구분할 때가 아니다’라며 수도권대 정원 규제 완화에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
이 밖에 비수도권 대학에 대한 행·재정적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위임하는 정책에 대해 ‘찬성(50.6%)’과 ‘반대(49.4%)’가 팽팽했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해 고등교육에도 쓰도록 할 경우 재원 배분은 ‘대학 규모에 따른 분배(54.0%)’여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교육 분야 고위공직자의 결격 사유 중 가장 치명적인 사안은 ‘자녀의 입시 공정성 논란(38.0%)’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연구윤리 위반(23.0%)’과 ‘성비위(17.0%)’ 등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