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美·中·日 도입한 '복수의결권' 한국만 없어

[다시 기업을 뛰게하자 2부-규제 주머니 OUT]

<4>'뭉텅이 대못'에 신음하는 중기

OECD 38개국 중 17개국 도입

M&A 등서도 경영권 확보 가능

스톡옵션 비과세 혜택도 확대

인재 확보 유인책으로 활용을


스타트 업계의 롤 모델인 쿠팡은 창업주의 안정적 경영권을 바탕으로 회사를 키우기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 2021년 2월 성공적으로 나스닥에 상장하며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보유 주식(클래스B)에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부여받았다. 논란이 많았지만 쿠팡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으로 경영권을 빼앗길 걱정 없이 지속적인 투자 유치로 한국을 대표하는 물류 강자로 성장했다.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 도입은 벤처·스타트 업계의 오랜 숙원 과제다. 하지만 국회에서 번번이 발목이 잡히며 복수의결권 도입이 무산됐다. 지난해 12월 벤처기업에 한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법안을 의결하고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하지만 국회 법사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발로 관련 법안을 상정하지 못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 17개 국가가 복수의결권을 도입했다”며 “김 의장이 국내 자본시장이 아닌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이유 역시 차등의결권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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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벤처·스타트 업계에 따르면 세계 곳곳은 이미 복수의결권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 대부분이 복수의결권을 활용한다. 일본은 복수의결권과 유사한 단원주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2019년 복수의결권 주식 상장을 허용했다. 2014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복수의결권이 허용되는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생긴 논란이 관련 제도를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벤처·스타트 업계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비과세 혜택 확대의 필요성도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기업처럼 인재를 영입할 때부터 많은 보수를 줄 수 없기 때문에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달성한 성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스톡옵션 부여라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은 “제2 벤처붐 활성화에 성공하려면 뛰어난 인재가 벤처기업으로 많이 영입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인센티브 강화라는 유인책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민간의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컨더리(secondary) 펀드를 확대 조성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투자 유인책으로 M&A·기업공개(IPO) 시장과 관련된 규제 완화 역시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벤처기업의 안정적인 경영 여건을 조성하고 펀딩 방식 다각화 추진 등 벤처·스타트 업계를 옥죄는 규제 개혁을 서둘러야 제2 벤처붐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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