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누리호, 새로운 도전의 시작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누리호가 마침내 발사 임무에 성공하며 대한민국 우주도전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썼다. 가짜 위성을 탑재했던 1차 발사 때와 달리 진짜 위성을 실어 우리 땅에서 우리가 개발한 발사체로 위성을 우주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먼저 끝끝내 도전을 멈추지 않고 누리호를 완성해낸 연구진의 노고에 경의를 보낸다. 이 땅에 없는 기술을, 더욱이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전략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해 대한민국의 실력을 온 세계에 과시한 성과를 낸 이들이다. 척박한 기술적 환경에서 13년의 긴 시간 동안 온갖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은 성과다. 강산이 변하고 남을 세월 내내 기술 장벽에 부딪혀 몇 날이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을지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직장 동료로서, 또 우주 분야의 한 공학자로서 크나큰 축하와 격려를 보내드린다. 정말 자랑스러운 성과이며 이 시기에 기관의 대표임이 너무나 영광스럽다.



우리 연구진이 확보한 기술 축적 수준도 언급하고 싶다. 지난 1차 발사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해결책을 마련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4개월. 신속한 조치로 2차 발사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1개월 정도 미뤄지는 데 그쳤다. 수없이 발사를 경험한 상용 발사체들도 발사 실패 시 원인을 찾고 해결해 다시 발사하기까지 통상 1년 이상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발사 성패를 떠나 이 자체로 대단한 기술 축적 성과다. 이번 2차 발사 준비 과정에서 센서 이상으로 발사를 연기했을 때도 곧바로 원인을 지목하고 당초 예상된 절차를 수정하면서 간단히 핵심 부품만을 교체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과정을 보면서 누리호는 언제 어떤 회차에 성공하느냐의 문제일 뿐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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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국내 300여 기업체와 참여 기술진에도 감사한 마음과 큰 격려를 보낸다. 극한의 환경을 견디며 비행하는 누리호는 그들이 산업 현장에서 쌓아온 고도의 손 기술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과 함께 누리호 개발의 긴 여정을 함께한 산업체 모두가 누리호 성공의 1등 공신이다.

여러 번의 연기와 실패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을 믿고 도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지원은 우주발사체 기술 자립의 튼튼한 바탕이 됐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은 나로호 1차 발사를 실패한 2010년 3월 시작됐다. 그러나 그 직후 2010년 6월 나로호 2차 발사까지 실패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만약 그때 우주발사체 자립을 향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없었다면 아마도 우리는 아직도 대한민국의 독자 우주발사체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10월 1차 발사가 미완에 그쳤을 때 고개 숙인 연구진을 향해 “실패가 아니다” “한번 더 검증할 기회를 얻은 것”이라며 어깨를 두드려준 국민의 성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막대한 예산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패의 위험이 큰 우주도전은 국민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누리호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당장 2027년까지 네 번의 누리호 발사가 예정돼 있으며 이를 통해 신뢰성을 더욱 높여나갈 것이다. 누리호보다 훨씬 더 무거운 물체를 우주로 수송할 수 있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도 나서야 한다.

우리가 쌓아 올린 독자 기술과 정부의 일관된 지원, 국민의 성원이라면 우주강국 대한민국은 더 넓고 더 깊은 우주공간을 마음껏 누릴 것이다. 우주강국 대한민국의 도전은 쉬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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