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단독] 연료비 급등에 尹 공약 접어…전기요금체계 확 뜯어 고친다

■ 전기차 충전 할인특례 종료

한전 올 30조 적자에 高유가 겹쳐

전기차 요금할인 유지 불가 판단

"정치권·정부에 휘둘려" 지적에

연구용역 통해 가격결정구조 분리


정부가 전기자동차 충전 요금 할인 특례 종료라는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1분기에만 8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해 자본잠식 위기에 몰린 한국전력이 있다. 한전의 위기를 근거로 3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 단가를 법정 한도인 ㎾h당 3원을 넘겨 5원을 인상한 만큼 현실적으로 한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특례 유지는 어렵다는 것이다.

2017년 도입된 전기차 특례 요금제는 매번 충전할 때마다 지불하는 기본요금을 25%, 충전 용량 단위(1㎾h)당 매겨지는 사용량 요금을 10% 할인해주는 것이다. 당초 2017년부터 2020년 6월까지는 기본요금의 100%, 사용량 요금의 50%를 감면해왔다. 이후 감면 폭을 줄여 2020년 7월부터 1년간은 기본요금과 사용량 요금의 50%, 30% 할인율을, 지난해 7월부터는 현행 할인율을 적용했다.

전기차 충전 특례로 할인된 충전 비용은 2020년 421억 원, 2021년 263억 원 등으로 규모만 놓고 보면 크지 않다. 다만 전기차 보급 대수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데다 한전이 3분기 전기요금을 연료비 연동제에서 정한 분기별 인상 한도인 3원을 넘겨 5원을 인상한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도 전기차 특례 일몰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연료비가 치솟는 상황에서 전기차만 요금 특례를 받기는 어렵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휘발유·경유 값이 ℓ당 2000원을 상회하는 만큼 특례 없이도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유지된다는 점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8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2136원 77전, 경유 가격은 2157원 62전이다. 준중형 휘발유차(연비 13.1㎞/ℓ), 경유차(연비 17.7㎞/ℓ)와 전기차(전비 6.3㎞/㎾h)를 비교했을 때 100㎞를 달리는데 휘발유차 1만 6310원, 경유차가 1만 2190원이 드는 반면 전기차는 4970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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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부·정치권의 입김에 흔들리는 전기요금 결정 구조를 전면 개편하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물가안정법·전기사업법 개정으로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이미 관련 연구 용역(전력산업정책개발 과제)도 발주했다. 정부는 연구 용역을 통해 ‘팔수록 손해 보는’ 전기요금 구조를 전면 개편한다는 목표다. 특히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기요금 개입 근거인 물가안정법과 전기사업법 개정을 연구 내용과 활용 계획에 포함해 에너지 정책과 요금 규제를 분리한다는 복안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실시하는 이번 연구 용역 공고에 따르면 연구 목적으로 “국정과제인 시장 원칙 기반의 에너지 시장 구조 확립을 추진하고 전기요금 결정 구조를 비롯한 전력 규제 체계 전반의 독립성·전문성 점검과 개선”을 명시했다. 이를 위해 영국·미국·일본·독일 등 해외 사례도 분석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정치적으로 휘둘린다는 지적이 나와서 물가안정법 개정을 포함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됐지만 정부의 개입으로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대통령의 공언에 전기요금이 잇따라 동결됐다. 전문가들은 연료비 연동제만 제대로 작용했어도 한전 적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와 올 초 연료비 조정 단가를 각각 5원씩 10원 올렸으면 한전의 적자가 10조 원 감소한다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결국 핵심은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한전은 앞서 연료비 급등상황을 반영해 kWh당 33원 60전의 조정단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번 전기요금 조정 과정에서 분기당 조정폭 상하한을 완화한 만큼 9월로 예정된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결정 과정에서 연간 상하한도 추가로 늘려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준연료비·연료비연동제 개정 가능성을 포함해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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