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329180)그룹 계열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가 연내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한다. 이변이 없는 한 한국거래소에 신청한 상장 심사가 29일 통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시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는 고공행진 속에 현대오일뱅크도 ‘역대급 실적’이 예상돼 IPO 과정에서 8조~10조 원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날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예비심사 통과 여부를 최종 심의한다. 지난해 12월 13일 거래소에 상장 예심을 신청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이번 위원회에서 예심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005940)·KB증권·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이며, 공동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006800)·뱅크오브아메리카(BofA)다.
현대오일뱅크가 IPO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2년,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상장을 추진했지만 업황·증시 악화 등의 영향으로 IPO를 포기했다.
IB 업계에선 현대오일뱅크가 심사 통과 이후 반기 실적을 반영해 올해 9~10월 수요예측·일반청약 등 본격적인 IPO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5일 룰’ 때문이다. 135일 룰이란 해외 투자설명서에 포함되는 재무제표 작성 기준일로부터 135일 이내에 납입을 비롯한 상장 일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현대오일뱅크는 해외에서 투자설명회(IR)를 진행할 예정이라 135일 룰을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예심을 통과하는 대로 1분기 실적을 반영해 증권신고서를 낸다면 8월 중순까진 일반 청약 후 공모주 납입까지 마쳐야 돼 시간이 촉박하다. 따라서 반기보고서가 나오는 8월까지 기다렸다가 증권신고서를 낸 뒤 11월까진 IPO를 마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실적도 우호적이다. 수요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제마진같은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6월 넷째 주(20∼24일) 주간 평균 싱가포르·두바이 복합 정제마진은 전주보다 5.09달러 오른 배럴당 29.5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마진을 말한다. 이미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70.7% 증가한 7045억 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여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선 상장을 위한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셈”이라며 “2분기 실적까지 반영해 IPO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현대오일뱅크가 IPO를 통해 상장 신청 당시 거론됐던 10조 원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블루수소 등 신사업도 투자 포인트로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오일뱅크의 실질적인 몸값 ‘마지노선’은 지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로부터 1조 3749억 원의 투자를 받았을 당시 책정한 8조 원으로 거론된다.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는 HD현대(267250)(지분율 73.85%)이며 아람코(17%) 역시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