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를 타고 미국으로 향하던 밀입국자 수십 명이 폭염으로 사망한 '트레일러 참사'의 희생자가 51명으로 늘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28일(현지시간) 현지 당국을 인용해 이날 오후까지 파악된 사망자가 남성 39명과 여성 12명 등 총 51명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전날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남서부 외곽에 방치된 트레일러에서는 불법 이민자로 추정되는 시신 46구가 발견됐다. 이후 어린이 4명을 포함한 16명이 열사병과 탈진 증세로 병원에 긴급 이송됐지만 5명이 숨지며 희생자가 늘었다. 위독한 증세를 보이고 있는 환자도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당국은 폭염 탓에 사망자가 속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레일러가 발견된 27일 샌안토니오 지역의 최고 기온은 섭씨 39.4도에 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전의 유사 사고를 토대로 트레일러 내부의 온도가 78도보다 높았을 것이라고 유추했다. 트레일러 내부에 있던 에어컨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당국은 트레일러 운전사 등 3명을 불법 밀수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현지에서는 이번 사고를 밀입국 과정에서 발생한 최악의 사건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텍사스 샌안토니오 지역은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중남미 이민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특히 검문을 피하기 위해 밀수업자를 고용해 트레일러를 타고 밀입국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 이후 그 숫자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밀입국 중 사망하는 사고가 적지 않다. 2017년 7월에도 샌안토니오의 월마트 주차장에서 10명이 트레일러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경악스럽고 가슴 아픈 일"이라며 "이번 참사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범죄 밀수 산업이 너무나 많은 죽음을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