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9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4년 9개월 만에 만나 강력한 경제안보 공조를 확인했다. 세 정상은 북핵 문제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안보 전략을 주요 의제로 다루며 북한과 중국을 향해 한미일 삼각 공조의 부활을 알렸다. 윤 대통령은 특히 기시다 총리와 인사하며 문재인 정부 들어 균열이 생긴 한일 관계 복원의 계기를 마련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마드리드 전시컨벤션센터(IFEMA)에서 약 25분간 한미일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한미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2017년 9월 뉴욕 유엔총회 이후 처음이다.
한미일 정상은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에 한목소리로 경고의 메시지를 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로 국제 정세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미일 간 협력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한미일 협력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요한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도 한미일 공조를 강화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한미일정상회담과 관련해 "(세 나라 정상이)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이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또 세 나라는 글로벌 지역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법치주의를 공유하는 한미일 간의 협력이 긴요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중국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세 나라가 권위주의 체제를 가진 중국·러시아와 다른 편에 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양국 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전날 열린 스페인 국왕 만찬 행사에서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먼저 인사한 뒤 “더 건강한 관계로 발전하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태평양 4개국 정상회담 뒤 기시다 총리에 대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파트너로 확신한다”며 신뢰를 나타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나토 정상회의에 파트너국 정상 자격으로 초청돼 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지지를 요청했고 대한민국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세계적인 문제에 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