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식품 기업인 LF(093050)그룹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설립하고 벤처 투자 시장에 뛰어든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국내외 유망 벤처 기업 및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함으로써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함과 동시에 벤처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LG(003550)그룹도 CVC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범LG가(家)의 벤처 투자 확대가 재계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벤처 투자 업계에 따르면 LF는 7월 1일 신규 자회사로 LF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유망 스타트업 발굴·육성에 나선다. LF인베스트먼트는 일반 법인 형태의 벤처캐피털(VC)로 설립 후 ‘신기술 사업 금융회사’ 라이선스(면허) 확보에 나선 뒤 이르면 연내 자체 자금을 바탕으로 첫 펀드 결성에 나설 계획이다. 투자 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LF가 신사업 발굴 차원에서 CVC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VC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 인력들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LF인베스트먼트의 설립 자본금은 약 110억 원으로 설정됐으며 LF가 100% 출자한다. 신기술 사업자 등록을 위한 최소 자본금(100억 원) 규정을 충족하면서 LF는 추가 증자도 추진해 LF인베스트먼트의 자금력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LF인베스트먼트의 초대 수장으로는 디티앤인베스트먼트의 조동건 부사장이 내정됐다. 또 포스코기술투자를 거친 김규현 웰컴캐피탈 부장이 상무급 심사역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벤처 투자 업계 출신의 경영관리팀장과 준법감시인도 채용을 마쳤으며 향후 심사역을 중심으로 신규 고용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조 대표는 벤처 투자 업계에서 13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베테랑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및 서비스 플랫폼 분야 투자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 KT 출신인 조 대표는 엠벤처투자와 디티앤 등에서 대표 펀드매니저를 지냈으며 헤이딜러·와디즈·모비데이즈 등의 투자를 이끌었다. 김 상무는 소재·부품·장비 투자에 전문성이 높은 심사역이다.
LF인베스트먼트는 당분간 LF의 자체 자금을 활용해 벤처 투자에 나설 방침으로 모회사인 LF와 시너지 창출 가능성이 높은 소비재 플랫폼 및 서비스 관련 스타트업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F의 CVC로서 투자 대상을 물색하겠지만 조 대표가 VC 업계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내년 이후에는 외부 출자자의 자금을 확보해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는 벤처 펀드를 결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LG패션에서 사명을 바꾼 LF는 구인회 LG 창업주의 손자인 구본걸 회장이 2007년 LG그룹에서 분리돼 독자 경영을 하고 있다. 헤지스와 닥스 등의 브랜드를 앞세워 패션 사업을 벌이면서 식품 회사인 LF푸드와 부동산 투자사인 코람코자산운용 등을 주요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벤처 투자 업계에 펀드출자자(LP)로 참여하며 투자 선구안을 키워온 LF는 나우IB투자와 뮤렉스파트너스 등이 조성한 벤처 펀드 등에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LF인베스트먼트가 설립되면서 범LG가 산하에 다양한 VC 업체들이 포진한 것도 관심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LB그룹의 주축인 LB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LG전자(066570)가 산하에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운영 중이다. GS(078930)그룹은 올 1월 지주사 최초로 CVC인 GS벤처스를 설립했고 GS건설(006360) 역시 5월 CVC인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를 출범시켜 스타트업 등의 투자를 이끌고 있다. LK그룹의 LK기술투자도 범LG가의 VC에 포함된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LG그룹도 별도의 CVC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