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직무대리인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이 4일 검사들에게 “자리만 바라보고 일을 하게 되면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며 주어진 책무를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사단’의 ‘특수통’이 주요 보직을 장악했다는 인사 편향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차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차·부장 등 중간 간부 전입 행사에서 “직업(職業)에서 직(職)은 자리를 말하고 업(業)은 일을 말한다”며 “직만 바라보고 일을 하게 되면 자신과 검찰, 그리고 국가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업을 추구해 자연스레 직이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직자인 검사에게는 정해진 자기 자리가 없고 보임된 자리에서 임기 동안 잠시 머무르는 것”이라며 “그 기간에 자리의 참된 주인인, 수처작주(隨處作主)가 돼 각자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해야 할 소명만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수도권으로 전입한 기관장과 대검 전입 검사 5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28일 검찰 중간 간부와 일반검사 712명을 대상으로 한 하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 차장은 특히 대검에서 근무하게 된 검사들에게 “대검이 상급기관이라는 생각을 깨끗이 지우고, 일선 검찰청의 검찰 구성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일선 검찰청과 국민의 의견을 토대로 사법 현실에 맞는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고 피드백까지 받아 개선하는 방식으로 일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특수통을 중심으로 한 ‘윤석열 사단’의 진용이 갖춰졌다는 평가와 함께 인사에 대한 불만으로 당분간 중간 간부들의 줄사퇴가 이어질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차장은 앞서 이달 1일 열린 전출 행사에서 “검사는 어느 지역, 어느 검찰청에서 근무를 하더라도 수사·기소·공판·형집행 등 하는 일이 같다”며 “그래서 다른 직장과 달리 인사이동 첫날부터 즉시 제 할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것이며 검사라는 업의 본질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를 마무리한 검찰이 9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행을 앞두고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산업부 블랙리스트, 여성가족부 대선 공약 개발 의혹 등 전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은 정치권에서 관련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지는 등 관심이 집중되면서 조만간 검찰 내부에 특별수사팀이 꾸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