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트로피는 얻지 못했지만 많은 팬을 얻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 윤이나(19·하이트진로)는 지난 3일 끝난 맥콜·모나파크 오픈을 2타 차 단독 2위로 마쳤다. 역전 우승에는 못 미쳤지만 마지막까지 끈질긴 추격전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18번 홀(파5) 두 번째 샷이 경기 이후에도 회자하고 있다. 핀까지 거리가 222m에 그린까지 오르막이 심했는데도 거침없는 임팩트에 걸린 공은 그린 앞 벙커를 넘어 구른 뒤 핀 뒤 7m에 멈춰 섰다. 잠깐이지만 연장 승부 가능성을 살릴 만큼 소름 끼치는 한 방이었다.
4일 체력 훈련을 하러 가다 전화를 받은 윤이나는 “많은 골프 팬 분들이 마지막 홀 2온 얘기를 해주신다. ‘정말 대단했다’는 칭찬이 기분 좋다”고 했다.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상금 1위 박민지도 윤이나의 인스타그램에 멋졌다고 글을 남겼을 정도다.
2타 차 2위로 출발한 윤이나는 최종 라운드 중반에 네 홀 연속 버디로 바짝 힘을 냈다. 이후 다시 처지나 했지만 17번 홀(파3)에서 먼 거리 버디 퍼트를 넣으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퍼트가 따라주지 않아 거리감 맞추는 훈련에 집중했더니 최근 2개 대회에서 롱 퍼트가 자주 들어가 줬다고.
“초반에는 좀 욕심이 생겨서 무리하면서 경기를 했던 것 같다”는 윤이나는 “후반에는 다시 차분히 플레이를 해보자고 생각하면서 잘 풀어나갔던 것 같다”고 3라운드를 돌아봤다. 명승부 다음날의 머릿속은 “경기를 잘 마무리했다는 뿌듯함이랑 다음 대회를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생각들이 섞여있다”고 한다.
‘화제의 2온’은 꽤 자신 있는 승부수였다. “1라운드에는 2온 시도를 하지 않고 2라운드 때는 시도했다가 그린까지 못 가 주변에서 어프로치 했다. 하지만 3라운드 날은 3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생각한 대로 잘 돼서 치자마자 ‘이건 올라갔다’ 생각했다”는 설명. 가장 자신 있는 클럽 중 하나인 3번 우드의 평소 캐리(날아간 거리)로 220m를 본다는 윤이나는 “잘 맞았을 때 딱 올라갈 수 있는 거리였다”며 “이글 퍼트까지 들어갔다면 참 좋았을 것”이라면서 웃었다.
윤이나는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 264야드로 이 부문 1위다. 내리막 홀이 많았던 지난 대회에서는 300야드를 어렵지 않게 찍었고 320야드까지도 기록했다. 작심하고 치면 평지에서도 280야드 남짓은 보낸다고 한다.
오세욱 코치의 지도로 지면 반력을 적극 활용하는 스윙을 익히면서 장타를 쉽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데드리프트 등 고중량 운동을 즐기는 것도 도움이 됐다. 윤이나는 “무게를 그렇게 많이 높이지는 않고 60㎏ 정도로 놓되 꾸준히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2개 대회에서 3위, 2위를 했으니 다음은 우승일까. 윤이나는 “너무 우승하고 싶기는 하지만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데 초점을 두려 한다. 계속해서 많은 경험을 쌓고 그 과정에서 기회가 온다면 우승도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라고 했다.
우승에 대한 욕심은 최소한만 가지려 하지만 장타 1위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숨기지 않았다. “장타 1위는 솔직히 좀 욕심이 나고 그린 적중률 1위에 대한 욕심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시즌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잘하고 있으니 많은 경험을 더 하고 천천히 잘 다져서 흔들림 없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정은6와 김아림이 롤모델이라는 윤이나는 “한 방이 있는 선수이면서 꾸준한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오는 8일부터 사흘 간 파주 서원밸리에서 열릴 대보 하우스디 오픈에 나간다. 창리초등학교 6학년이던 6년 전에 윤이나는 이 코스에서 우승한 기억이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후원한 덕신하우징배 꿈나무 대회였는데 윤이나는 2라운드 합계 9오버파로 여자 고학년부 우승을 차지했다.
윤이나는 “얼마 전 연습 라운드로 코스를 돌았는데 6학년 때 대회 기억이 새록새록 나더라. 제가 그때와 비교해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 스스로도 좀 기대가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