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0%로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물가로 소비가 침체되는 ‘스티커 쇼크’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 연준)의 금리 인상과 물가 급등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단행이 불가피하지만 경기 침체 가능성도 커졌다는 진단이다.
5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스티커 쇼크와 과잉 대응’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고물가와 이에 따르는 경기 침체 우려”라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급격히 오르면서 각 경제 주체의 의사 결정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경제고통지수 급등을 유발하면서 서민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5월 기준 경제고통지수는 8.4포인트(소비자물가 상승률 5.4%+실업률3.0%)로 2001년 5월(9.0포인트)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방역 해제로 보복 소비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스티커 쇼크’가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스티커 쇼크는 미국 소비자들이 예상을 넘는 가격 급등에 충격을 받는다는 의미로 매장 내 제품 가격을 표시하는 스티커에서 유래된 용어다. 한은이 조사한 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6.4로 전월 대비 6.2포인트 하락하는 등 소비심리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소매판매액지수도 5개월째 감소세다.
문제는 미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과 물가 급등으로 한은 금통위가 긴축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최근 물가 상승으로 한은 역할론이 강조되는 상황인 만큼 빅스텝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경착륙할 경우 통화정책이 실물 경제 침체를 유발하는 ‘오버킬(과잉 대응)’과 이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국면 진입을 우려했다.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에 따른 고물가 고착화 방지 목적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통화정책의 과잉 대응에 따른 가계부채 경착륙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워드 가이던스(금통위원들의 기준금리에 대한 점도표 또는 중간값 제시 등) 도입을 통해 소통을 확대해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 제고를 도모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과의 금리 역전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라며 “다만 과도한 금리 인상은 가계의 구매력 고갈을 유발해 내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인상 속도의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