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해피 버스데이

- 오탁번




시골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 뭔데이!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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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 버스데이

오늘이 할머니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할머니와 아저씨를 태운

행복한 버스가

힘차게 떠났다





‘왔데이’ ‘뭔데이’ ‘버스데이!’ 토착 몽골로이드 경상도 할매와 서방 코카소이드 아재가 만나 서로 딴소리하는데 장단이 맞는다. 불통이 소통이 되는 기적이 연출된다. 경상도 사투리의 어미 ‘-데이’와 앵글로색슨어계의 명사 ‘데이’가 의미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음가적 상동의 세계에서 만나 서로 다른 버스데이를 노래하며 행복한 코스모폴리탄의 세계로 떠나간다. 웃음이 배어나오는 동화적 설정이다. 하지만 저 불통의 아전인수가 유쾌한 것은 둘 다 승객이기 때문이다. 만약 운전기사마저 승객들의 목적지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데려간다면 저 여정의 끝은 노랫말처럼 해피하지 않을 것이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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