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칼럼]중장기적 물가 전쟁 대비해야

박철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코로나가 부른 확장적 재정·통화정책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물가급등 지속

곡물·원자재값 단시간내 안정 어려워

통화관리·재정정책 발빠른 대처 필요






세계 주요 국가들의 물가가 경쟁하듯이 치솟고 있다. 미국의 경우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6%를 기록했고 유로존 물가 상승률은 8.1%에 달했다.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6월 15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한국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월 10년 3개월 만에 4%대를 기록하더니 5월에는 5.4%로 올랐다. 2018년과 2019년만 해도 음의 물가 상승률을 보여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을 걱정했는데 불과 2~3년 만에 경제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가파른 물가 상승이 어디에서 비롯됐고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중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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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율은 다양한 요인들에 기인한다. 먼저 2020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쏟아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확장적 거시 정책을 펴는 것은 불가피했지만 공격적인 거시 정책이 이제는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부메랑이 된 것은 틀림없다. 설상가상으로 ‘제로 코로나’를 목표로 스스로 봉쇄한 중국,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와 부품의 글로벌 공급망도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해 원유·곡물 가격 등이 급등하며 일반 물가 인상을 견인하고 있다.

치솟는 물가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야기한 요인들의 진행 상황을 살펴봄으로써 예측할 수 있다. 각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현실화하자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빠르게 높여 시중에 풀린 과도한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다. 특히 연준은 6월 15일 금리를 0.75%포인트나 인상하며 고용 감소 및 경기 침체를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물가만은 안정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와 같은 금리 인상은 수요와 공급 양 측면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현 상황에서 대중이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형성하고 또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향후 높은 실제 인플레이션으로 고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공급 측면에는 더 큰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위해 스스로 잠갔던 중국의 봉쇄가 서서히 풀리고 있지만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헝클어진 세계 공급망 복원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원유 가격 상승으로 미국 내에서 셰일 생산이 늘어나겠지만 환경 및 안전 등의 이유로 단기간에 급격한 증가는 어려울 것 같고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지속돼 원유 및 에너지 가격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주요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밀 등 곡물 원자재 가격도 빠른 시간에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곡물은 특성상 공급이 복원되려면 파종·관리·수확이라는 자연적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오늘 당장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공급망 복원에는 최소한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적인 공급 측 불확실성에 더해 평년 대비 6%의 강수량을 보인 5월의 가뭄과 폭우·폭염을 동반한 6월 장마로 국내 농산물 가격도 함께 들썩이고 있다.

한국은행도 연준 및 주요국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통화 관리에 대한 발 빠른 대처를 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은과 달리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소상공인 손실 보전을 위한 추경 집행, 직장인 밥값 지원 등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과 여러 불확실성이 산재한 국내외 공급 측면의 상황까지 감안하면 이른 시간에 물가가 안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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