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R의 전조' 장단기 국채금리 또 역전…"유가 65弗로 떨어질수도"

[더 짙어진 경기침체 공포]

금속·곡물 선물가격 4% 이상↓

'안전자산' 달러화 가치는 치솟아

달러인덱스 한때 106.7 돌파도

"고물가마저 안 꺾이면 최악 상황"

13일 '美 6월 CPI'가 1차 가늠자

각국 금리 올려 자금 조달도 악화

BOE 총재 "추가 충격 대비해야"







5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 개장 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한때 2% 넘게 빠졌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1.9%가량 급락했다. 경기 침체 우려에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장단기 국채금리가 좁혀지면서 침체 공포가 시장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S&P500과 나스닥 모두 전 거래일 대비 상승 마감했다. 나스닥은 1.75%나 올랐다. 침체 우려는 변한 게 없지만 급격한 경기 둔화가 되레 기준금리 인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침체 전망에 따른 유가 하락이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키고,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압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에 힘이 실린 것이다.

경기 침체 가능성에 주가가 오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거꾸로 시장의 침체 우려가 매우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날 씨티는 경기 침체가 오게 되면 (수요 감소에) 유가가 연말까지 배럴당 65달러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는 “역사적 증거는 최악의 글로벌 경기 침체 시 세계 석유 수요가 감소한다는 것”이라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침체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원유뿐 아니라 금속을 비롯한 각종 원자재와 곡물의 선물 가격이 대부분 4% 이상 급락했다. 마켓레빌리안닷컴의 존 나자리안은 “원자재 가격은 수요가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경기 침체가 올 것 같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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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리스크와 함께 최고의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화 가치도 치솟고 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의 경우 이날 한때 106.7을 돌파하며 2002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유럽이 에너지난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됨에 따라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은 1.0281달러까지 떨어지며 약 20년 만의 최저 수준을 보였다.

2년과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또다시 역전된 현상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경기 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지는 2년물과 10년물 금리 역전은 올 3월과 6월에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다. 대럴 크롱크 웰스파고 웰스&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1.6%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2%대 후반의 마이너스 수치가 나올 수 있어 기술적 침체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은 주식시장보다 채권시장이 경제 상황을 더 잘 보여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경기 침체에 고물가가 함께 나타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중앙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이날 “세계 경제가 추가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물가가 고공 행진하고 경제성장률은 떨어지는 가운데 각국의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상황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며 가정과 기업에 매우 도전적”이라고 지적했다.

유가가 경기 침체에도 지금보다 더 오르거나 하락하더라도 공급 부족에 그 폭이 제한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앞서 JP모건은 최악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38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글로벌 헤드도 “금융시장은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냐를 바탕으로 기대에 따라 움직이지만 원자재는 오늘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에 가격이 정해진다”며 “원유 시장은 여전히 매우 타이트하며 재고 수준이 낮아 단기로 배럴당 140달러 목표를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가 8월 인도분 경질유 아랍라이트의 공식 판매가격을 전월 대비 배럴당 2.8달러 올리기로 한 결정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더 키웠다. 블룸버그통신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판단에 다음 달 유가를 인상했다”며 “거의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GPS캐피털마켓의 데이브 피어스 디렉터도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고 유가가 하락할 명백한 계기가 없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주장했다.

월가에서는 당장 13일에 나올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경기와 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1차 관문이라고 보고 있다. 5월 전년 대비 8.6%를 기록한 CPI가 6월에 더 상승하거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되면 연준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이날 블룸버그는 최악의 소비 심리와 금리 급등 여파로 올해 미국 경기 침체 확률이 2020년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38%까지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경제모델 분석에서 향후 12개월 안에 침체에 빠질 확률은 2020년 5월 이후 0%를 유지했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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