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광주 복합쇼핑몰’ 사업이 본격화한다. 유통 대기업들이 오랜 시간 ‘호남 상권 확대’에 눈독을 들여온 가운데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이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6일 선제적으로 청사진을 공개했다. 대통령 공약과 맞물려 지역 경제 살리기에 나선 광주광역시의 유치 의지도 강한 상황이라 복합쇼핑몰 사업은 빠른 속도로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날 부동산 개발 기업인 휴먼스홀딩스제1차PFV와 광주 도심형 문화복합몰 ‘더현대 광주(가칭)’ 출점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소는 광주 북구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 약 31만㎡(약 9만 평)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곳을 쇼핑과 여가, 휴식,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문화 체험이 접목되는 랜드마크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휴먼스홀딩스제1차PFV는 엔터테인먼트형 쇼핑몰, 국제 규모의 특급호텔, 프리미엄 영화관 등을 추가 유치하고, 인근 기아타이거즈 홈구장인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와 연계한 ‘야구인의 거리’, 방직 산업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 공원’ 조성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광주는 인구 150만 명의 대도시이자 전남·북을 포함한 쇼핑 인구가 700만 명에 달하는 대형 상권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유통·엔터테인먼트 인프라가 부족해 주민들이 인근 도시로 ‘원정 쇼핑’ 가는 일이 잦았다. 현대뿐 아니라 롯데와 신세계(004170) 등 유통 강자들도 일찌감치 눈독을 들였지만, ‘광주 깃발 꽂기’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이 2015년 광주 서구 화정동에 위치한 광주 신세계 주변 부지를 확보해 대형 복합쇼핑몰을 추진했으나 인근 소상공인 문제에 정치권의 반대가 더해져 중단됐고, 이마트와 노브랜드도 각각 2010년과 2019년 광주에 매장을 내려다 지자체 및 시장 상인회와의 갈등으로 계획을 백지화했다. 롯데마트가 올 1월 대형 창고형 할인점 ‘맥스’를 오픈 하기는 했지만, 이는 기존 매장을 새 단장한 것이었다.
물밑에서 ‘광주행’을 꾸준히 추진하던 관련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며 계획을 손 봐왔다. 신세계와 롯데는 지역의 주요 거점별로 다수의 후보지를 설정해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는 광천동 신세계백화점과 버스터미널 부지, 롯데는 어등산관광단지 부지를 중심으로 추가 후보지를 들여다보며 사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이 전남 함평으로 이전하는 것과 맞물려 해당 부지도 유력 후보지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롯데와 신세계도 쇼핑 시설과 호텔 등을 갖춘 대규모 쇼핑몰 개발에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상태다.
3사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단연 ‘지역 경제 발전’이다. 앞선 ‘출점 실패’ 사례 모두 기존 상권 및 상인, 지역 사회와의 갈등으로 불발된 만큼 지역 전통시장과의 상생 및 일자리 창출 등이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이를 의식한 듯 현대백화점그룹은 사업 성사 시 더현대 광주의 현지 법인화를 통한 독립경영을 실현하고, 지역 협력 업체 육성 및 인재 채용 등 지역 경제 발전에 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 측은 쇼핑몰 개점 시 광주는 물론 호남 및 중부권 전역에서 방문객을 유치해 약 2만 2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추산했다. 각사가 내놓을 ‘기업과 지역 상권 상생’ 및 ‘경제 기여’가 제대로 이뤄질 경우 현 정부 들어 활발하게 논의 중인 유통 규제 완화 및 지자체 자율성 부여에도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광주시는 유통업체들로부터 공식 제안서가 접수되면 시민과 자영업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지역사회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건립 방안을 연말까지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가 선제적으로 도전장을 내고 사업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윤 대통령의 공약 실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광주 유세에서 ‘호남 홀대론’을 띄우며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지역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공약은 대선 및 지난 6·1 지방선거 광주시장 선거에서 지역사회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