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단독] 제2벤처 붐도 ‘지방홀대’…모태펀드, 지방 펀드 출자 비중 ‘3%’

작년 모태펀드 출자 7.2조

지방계정은 2650억에 그쳐

투자 인프라·인력도 '쏠림'

벤처캐피털 91% 수도권에

지역균형발전 위해 대책 시급





정부가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제2 벤처 붐’을 선언하며 시동을 걸고 있지만 수도권에 투자가 편중되면서 지방 소외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지방의 벤처기업 투자 간극은 지역 경제와 일자리에도 격차를 유발하며 지역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어 개선책 모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더불어민주당 김정호의원실과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으로 모태펀드가 출자한 전체 펀드(18개 계정) 가운데 지방 펀드(지방계정)의 비중은 처음 신설된 2014년 3.7%에서 지난해 3.6%로 오히려 감소했다. 모 모태펀드의 출자 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7조2755억 원으로, 이 가운데 지방 계정 규모는 2650억 원에 불과하다. 8년(2014년~2021년) 간 전체 모태펀드 대비 지방 펀드의 평균 비중은 3%초반(3.2%)으로 감소했다. 비수도권이 벤처투자 활성화의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호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해 운영되는 모태펀드 출자의 95% 이상이 수도권에 편중됐다는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지방 홀대라는 지적에 자유로울 수 없다”며 “지역균형 발전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도 수도권 편중을 줄이고 지방펀드를 늘려 지방 소재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확대될 수 있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태펀드의 지역 홀대론은 투자금액과 투자기업수 비율을 살펴보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벤처투자가 내놓은 2021년 모태 출자펀드 결성·투자·회수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모태펀드의 지역별 투자금액은 수도권이 71.4%로 절대적으로 많다. 비수도권 20.9%, 해외 7.7% 순으로 뒤를 이었다. 지역별 투자기업수 현황 역시 수도권이 70.8%, 비수도권 23.3%, 해외 5.9% 등으로 수도권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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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분야도 ICT 25.0%, 바이오·의료 23.8%, 유통·서비스 15.7% 등으로 3분야에 치중하면서, 지방 소재 벤처기업이 많은 전통 제조업 분야에 대한 투자는 극히 일부에 그치는 실정이다. 수도권 벤처기업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얘기다.

투자 인프라와 투자 전문인력 역시 수도권에 몰려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벤처캐피털의 91%, 창업지원 엑셀러레이터의 66%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실시한 지역별 인력 현황 조사에서도 85% 이상의 전문인력이 서울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질적으로도 그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벤처협회 관계자는 “벤처투자의 양적 지원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이를 뒷받침해줄 인프라와 전문인력은 정작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 소재 벤처는 시작점부터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탓에 벤처기업도 60% 이상이 수도권 소재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벤처기업 비율은 2011년 56.7%(1만4837개 사)에서 2021년 62.1% (2만3794개 사)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지방 소재 비율은 43.3%에서 38.9%로 떨어졌다. 결국 정부가 선정한 아기유니콘 기업 100곳 중 88개(88%), 예비유니콘 기업 57곳 중 50개(87.7%)가 수도권에 쏠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관계자는 “비수도권 벤처 투자가 저조한 현상은 지방 벤처 성장의 부진과 투자시장 도태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결국 지방 벤처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수도권 소재 중소벤처기업의 절반 이상이 지방 이전을 검토했다는 중진공의 설문조사 결과처럼 세제지원 등 파격적인 지방 유인책을 통해 벤처기업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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