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웅제약 자회사 총동원…'네 쌍둥이약' 동시 출격[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P-CAB 신약 '펙수클루'와 동일 성분

의약품 4종 허가·7월 급여목록 신규 등재

가격·영업력 강화 무기로 경쟁제품과 승부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정'(왼쪽)과 한올바이오파마의 '앱시토정'. 사진 제공=각사대웅제약의 '펙수클루정'(왼쪽)과 한올바이오파마의 '앱시토정'. 사진 제공=각사




최근 한올바이오파마(009420)가 ‘앱시토정’ 발매에 나섰습니다. 이 약은 올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용도로 허가받았죠. 펙수프라잔 성분을 40mg 함유한 제품입니다.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로 위벽세포에서 산분비 최종 단계에 위치하는 양성자펌프와 칼륨이온을 경쟁적으로 결합시켜 위산분비를 억제합니다. P-CAB은 기존에 항궤양제 시장을 주름잡던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와 달리 별도의 활성화 과정 없이 빠르게 위산 분비를 억제합니다. 특히 임상을 통해 야간 가슴쓰림 증상 개선에 우수한 효과를 입증했고,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이 가능하며 약물 상호작용이 낮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49년간 쌓아온 영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5년 내에 앱시토정 매출을 100억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도 내세웠죠.

그런데 이런 표현들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으세요? 단지 기분 탓이 아닙니다. 사실 앱시토정은 이달 1일 대웅제약(069620)이 발매한 국산 34호 신약 '펙수클루정'과 성분·함량이 동일합니다. 게다가 이번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목록에 새로 등재된 펙수프라잔 40mg 성분 의약품은 총 4가지나 됩니다. 펙수클루정과 앱시토정 외에도 대웅(003090)바이오의 '위캡정'과 아이엔테라퓨틱스의 '벨록스캡정'도 포함됐죠. 이들 4개 제품은 보험약가도 1정 당 939원으로 동일합니다. 선발 제품인 HK이노엔(195940)의 '케이캡'(1300원)보다 저렴하죠.



어찌된 영문일까요. 펙수클루정과 동일한 성분의 의약품을 출시한 회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답이 나옵니다. 모두 대웅제약의 관계사죠. 대웅제약이 본사를 포함해 관계사 3곳을 총 동원해 신약 펙수클루정과 동일한 성분의 의약품을 이름만 달리해 동시에 발매하기로 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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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에서는 이렇게 동일 성분 의약품을 똑같은 제조공장과 방법으로 만들어 상표만 바꾸고 재포장해 판매하는 형태를 '쌍둥이약'이라고 부릅니다.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를 보유한 신약 개발사가 직접 또는 위탁생산을 통해 복제약(제네릭)을 만든다는 뜻에서 '위임형 제네릭(Authorized Generic)'이라고도 하죠. 제약기업이 관계사를 활용해 동일 성분 의약품을 허가받는 데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거든요. 물론 각 기업이 표방하는 전문성과 관계없이 모기업의 영업망 확대 꼼수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오리지널 제품(신약)을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위임형 제네릭을 출시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HK이노엔의 전신인 CJ헬스케어가 MSD의 천식 치료제 '싱귤레어' 특허만료 6개월 전에 몬테루카스트 성분의 쌍둥이약 '루케어'를 발매한 사례가 대표적이죠.

2015년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도입되면서 가장 먼저 발매된 '퍼스트제네릭'에 1년간 독점권이 부여되자 위임형 제네릭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국산 신약 발매가 늘어나면서 다국적 제약사 못지 않게 국내 기업들도 위임형 제네릭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대웅제약은 과거에도 '쌍둥이약' 전술을 자주 펼쳤습니다. 비록 지금은 판매가 중지됐지만 과거 대웅제약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던 항궤양제 '알비스'가 있죠. '알비스정' 제네릭 발매시점이 다가오자 대웅제약의 관계사 알피코프와 대웅바이오는 각각 '가제트'와 '라비수'를 허가 받고 발매에 나섰습니다. 지주회사인 대웅까지 가세해 고용량 제품인 '알비스D' 허가를 받았죠.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가 개발한 뇌기능 개선제 '글리아티린'의 판권 회수로 국내 판매가 불가능해지자 관계사 대웅바이오를 통해 '글리아티민'을 내놓으며 손실을 최소화한 전력도 있습니다.

대웅제약은 신약 ‘펙수클루’의 성공을 위해 낮은 가격과 관계사 3곳을 총동원한 '네 쌍둥이약' 전술을 펴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경쟁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의미겠죠. 2019년 발매된 HK이노엔의 ‘케이캡’은 지난해 1096억 원의 원외처방실적을 올리며 소화기용제 시장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외에도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위궤양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등 3개나 많은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죠. 올 5월에는 알약을 삼키기 어려워하는 환자들을 위해 녹여먹는 '케이캡 구강붕해정'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국산 신약 2종의경쟁 열기가 참 뜨겁네요. 제약업계의 쌍둥이약 전략, 여러분들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코너는 삶이 더 건강하고 즐거워지는 의약품 정보를 들려립니다. 새로운 성분의 신약부터 신약과 동등한 효능·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한 제네릭의약품(복제약)에 이르기까지 매년 수없이 많은 의약품이 등장합니다. 과자 하나를 살 때도 성분을 따지게 되는 요즘, 내가 먹는 약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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