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계 노벨상’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KIAS) 석학교수가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마중 나온 아들도 소감을 말하는 등 허 교수를 향한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오전 10시께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허 교수는 취재진에 "앞으로 한국 수학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역할이 더 커진 듯해서 마음이 무겁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행복하고 기쁘다"고 했다.
앞으로의 일정을 묻는 질문에 대해 허 교수는 “다음 주에 고등과학원 강연회가 계획돼 있다”며 “그 다음 주에는 부모님 모시고 제주도 놀러가기로 했는데 그걸 참 기다리고 있다”며 웃었다. 허 교수는 이달 13일 고등과학원에서 열리는 간담회·강연 참석으로 국내 일정을 시작한다.
국내 학계에서 하게 될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여름 동안 고등과학원에서 근무한다"며 "고등과학원 연구원들과 연구 활동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수학자들은 열심히 공부한 것만큼 최근 눈부신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젊은 학자들 눈에 도드라진 분들이 많다"며 "나는 그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한국에서 고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했다. 석사 때에야 수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많은 10대, 20대들처럼 저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걸어온 길이 구불구불했지만 저에겐 그것이 가장 최적화된 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고 천천히 걸어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날 공항에는 고등과학원 관계자들 등 학계 인사들과 허 교수의 아내 김나영 씨와 첫째 아들 허단(7)군 등이 나왔다. 청남방에 반바지를 입은 그가 출국장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리고 있던 허군이 꽃다발을 건넸고 포옹을 했다. 허 교수 아들에게도 취재진이 소감을 묻자 허군은 “조금 크고 부끄러워요.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2012년 수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로타 추측'의 부분 문제인 '리드 추측'을 해결하고 2018년에는 '로타 추측'까지 해결해 수학계에서 주목받았다.
필즈상은 수학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낸 만 40세 미만의 젊은 수학자에게 주는 상이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시상식이 열린다. 39세인 허 교수는 올해가 필즈상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