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인 펄어비스(263750)가 급성장하고 있는 네이버(NAVER(035420)) 산하의 ‘크림(KREAM)’에 초기 투자자로 수백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셀(재판매) 플랫폼 업체인 크림의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신생기업)’ 등극은 시간 문제여서 게임 ‘검은사막’을 필두로 성장해온 펄어비스가 벤처 투자 분야에서도 수완을 과시해 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관심을 모은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가 크림을 주요 투자처로 삼고 있는 '에스브이에이(SVA) 벤처펀드I'와 크림에만 투자하려 조성된 'SVA 크림 사모투자회사'의 최대 출자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두 펀드는 모두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가 조성했는데 소위 ‘돈줄’은 펄어비스였던 셈이다. 펄어비스는 약정 총액 430억 원인 SVA 벤처펀드I에는 200억 원을, 390억 원 규모로 조성된 SVA크림PEF에는 185억 원을 각각 출자해 지분율이 절반에 육박한다.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크림은 운동화·옷·시계 등 한정판 상품을 개인들이 재판매할 수 있게 시장을 만들어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지난해 거래액은 약 4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데 올 해 1분기 집계된 거래액만 3700억 원에 달할 만큼 고속 성장을 지속해 연간 거래액이 가볍게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마켓컬리 등 성장률이 둔화세를 보이는 플랫폼과 달리 크림은 고성장을 앞세워 하반기 완료를 목표로 시리즈C 투자 유치를 계획 중이다. 투자 업계는 크림이 이번 투자 유치에서 최소 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무난히유니콘에 등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실제 국내 대형 PEF와 해외 대형 투자사들이 벌써부터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펄어비스가 참여한 펀드들은 지난해 두 차례 크림에 투자했는데 당시 매겨진 기업가치는 각각 700억원과 약 2200억원에 그쳐 크림의 기업가치를 1조 원으로 가정해도 평가 이익이 400~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SVA 벤처펀드I은 지난해 3월 크림에 약 1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약 11%를 확보하고 단숨에 주요 주주로 올라섰는데 지금은 추가 증자 등으로 지분율이 8.23%로 소폭 낮아진 상태다. SVA크림PEF는 지난해 10월 크림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참여하며 총 330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기업가치가 약 2200억으로 평가돼 현재 8.75%의 지분을 확보하며 스노우와 알토스벤처스에 이어 크림의 3대 주주에 올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펄어비스는 다양한 벤처펀드에 출자자로 참여하는 것과 동시에 직접 투자도 다수 집행하며 벤처 업계에서 '큰손'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VC인 '런던 벤처 파트너스'의 펀드에 50억 원을, 해시드벤처스의 '해시드 벤처투자조합 2호'에 30억 원을 각각 출자했다.
아울러 메타버스 기업인 VA코퍼레이션과 3D 의상 소프트웨어 업체인 '클로버추얼패션' 등에는 직접 자금을 투자했다. 특히 VA코퍼레이션의 경우 지난해 7월 기업가치를 약 500억 원으로 평가하고 20억 원을 투자했는데, 지난 3월 약 1조 원의 몸값을 인정받고 1000억 원의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클로버추얼패션도 작년 7월 펄어비스가 투자할 당시만 해도 기업가치가 3600억 원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유니콘 등극이 유력한 스타트업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투자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펄어비스가 활발한 벤처 투자를 통해 신성장 사업을 꾸준히 찾으면서 게임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도 물색하는 것 같다” 면서 “전문 벤처캐피탈 뺨칠 만큼 미래 사업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줄 뿐 아니라 기술 발전 방향에도 정통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