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비상장주 플랫폼' 거래 문턱 높이자 불법딜러만 '활개'

[다시 기업을 뛰게 하자-2부.규제주머니 OUT]

플랫폼 거래기업 10분의1 뚝

규제 샌드박스가 걸림돌 전락


“컬리·토스·쏘카 비상장 주식 거래 막혔습니까? ‘갠톡’ 주시면 바로 거래 도와드립니다.”



이달 들어 ‘비상장 주식’을 다루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불법 딜러’들의 호객 행위가 부쩍 늘었다. 금융 당국이 투자자를 보호한다면서 비상장 주식거래 문턱을 대폭 높이자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 비상장 등 관련 플랫폼 영업이 위축되면서 풍선 효과로 불법 거래가 수요를 자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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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456개→50개)과 서울거래 비상장(174개→24개)의 거래 가능 종목이 이달 1일부터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컬리(마켓컬리),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쏘카 등 인기 비상장기업 거래도 중단됐다.

이들 플랫폼의 비상장 주식거래가 대폭 줄어든 것은 금융위원회 규제 때문이다. 이들은 2020년 4월 혁신 금융 서비스(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받아 사설 업체 등 음지에서 이뤄졌던 비상장 주식거래를 플랫폼으로 끌어와 일부 양성화했다. 비상장 주식의 ‘깜깜이 거래’가 횡행했던 과거에 비해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올 3월 두 플랫폼의 혁신 금융 서비스 재연장 시기가 도래했고 금융위는 재연장 조건으로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연 매출 5억 원 이상 △주식의 플랫폼 거래 동의 △공시 담당자 지정 등의 요건을 갖춘 기업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그러나 비상장기업 대다수가 이 조건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플랫폼의 정상 운영이 어려워졌다. 별도 공시 인력을 둘 여유가 없는 데다 기업공개(IPO) 전 비상장 시장에서 형성된 시세로 인해 제값을 못 받을 것을 우려한 스타트업이 많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로 비상장 주식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는 기존 규제로 담을 수 없는 혁신 비즈니스를 육성하기 위한 틀”이라며 “이번 금융 당국 규제는 제도의 본래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플랫폼의 등장으로 양성화한 비상장 주식거래가 다시 불법 딜러들이 활개 치는 시장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업 인가 없이 영리를 목적으로 장외 주식 중개와 매매 행위를 영위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라며 “불투명한 장외 주식 가격을 이용한 부당이득을 취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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