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글로벌 What] 연준만큼 금리 못 올리는 ECB… "유로화 가치 더 떨어진다"

■'1유로=1달러' 패러티도 깨지나

伊 등 빚 많은 남유럽국 고려

긴축 전환 늦어지자 환율 급락

11일 장중 1.014弗까지 하락

에너지 위기도 약세 부추겨

도이체방크 "0.95弗 갈 수도"

'패러티 이하' 예측 잇따라

EPA연합뉴스EPA연합뉴스




유로화는 1999년 출범 초기를 제외하고 줄곧 미국 달러화보다 비쌌다. 2008년 금융 위기로 미국 경제가 휘청였을 때는 1유로의 가치가 달러화의 1.6배에 육박했다. 그랬던 유로화의 값어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지정학적 위기, 고물가를 잡으려는 미국의 고강도 금리 인상과 맞물리면서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출범 20여 년 만에 1유로를 1달러와 1대 1로 교환할 수 있는 ‘패러티(parity)’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나아가 패러티 시대가 끝날 수 있다는 전망도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1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장중 달러 대비 유로 환율은 1.014달러까지 하락(달러 강세, 유로 약세)하며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1.14달러대에서 거래되고 2000년대 이후 대부분 환율이 1.2~1.3달러대에서 움직였지만 이제는 ‘1유로=1달러’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유로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의 통화 긴축 속도 차이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8일(현지 시간) 발표된 6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가 37만 2000명으로 예상치(26만 5000명)를 크게 뛰어넘자 연준이 6월에 이어 7월에도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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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플레이션 진화를 위해 이달 금리 인상을 선언한 유럽중앙은행(ECB)은 사정이 다르다. 이탈리아·스페인 등 부채가 많은 나라들의 사정을 고려해 미국만큼 급격히 금리를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서 유로를 팔고 달러를 사 미국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고 이는 유로화 약세라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유럽에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는 것도 유로 가치 하락을 부추긴다. 이날 로이터는 러시아에서 독일로 연간 550억 ㎥의 천연가스를 보내는 노르트스트림1 파이프라인이 이날부터 열흘간 정례 정비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은 전쟁으로 정비 기간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조나스 골터만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머지않아 (유로·달러) 패러티가 깨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도이체방크도 “유로당 0.95~0.97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비슷한 예측을 내놓았다.

유로화가 패러티 이하로 내려가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수십억 유로의 옵션 계약이 패러티에 걸려 있기 때문에 패러티가 깨지면 시장에 난기류가 일 것으로 트레이더들은 전망했다”고 전했다. 통상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입물가가 오르는데 그러지 않아도 유럽이 고물가에 신음하는 상황에서 유로화 가치까지 떨어져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다 일본 연립여당의 선거 대승으로 엔·달러 환율도 치솟았다(엔화 가치 하락). 11일 장중 137.26엔까지 오르며 외환위기 때인 1998년 9월 이후 약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셔널호주은행(NAB)의 로드리고 캐트릴 외환전략가는 “일본의 ‘나 홀로 돈 풀기’로 물가가 급등하니 통화 완화 정책을 그만둬야 한다는 여론이 이번 여당의 승리로 누그러질 것이라는 관측에 엔화가 약세를 보였다”고 짚었다. 최근 바클레이스는 투자자노트에서 “달러화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유럽의 에너지 안보, 중국의 성장률 전망 리스크 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계속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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