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락의 속도와 세대·지역을 아우르지 않고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위험 신호입니다.”
정치권 안팎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이다.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가파르고 핵심 지지층마저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측근 비리나 과거 촛불집회와 같은 뚜렷한 외적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는 “그래서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렇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11일 내놓은 7월 1주차 대통령의 국정 수행은 긍정 평가가 7.4%포인트 급락한 37%, 부정 평가는 6.8%포인트 오른 57%를 기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긍정 평가(8·9일 조사) 34.5%, 부정 평가 60.8%라고 밝혔다. 부정 평가가 60%를 넘긴 것은 처음이고 긍정과 부정 평가의 차이는 20%포인트를 넘는다.
지지층의 이탈 속도가 심상찮다. 지지율 40% 붕괴 시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약 3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년 10개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년 5개월이었다. 윤 대통령은 가장 빠른 추세로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광우병 사태,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정윤회 문건 파장, 문 전 대통령은 조국 사태 등 큰 외부의 충격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국가적 재난 사태와 권력형 게이트가 없는데도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왜 그럴까. 기존 정치에 빚진 것이 없어 더 확실한 개혁과 통합·협치의 국정 운영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검찰 등 인사의 폭은 좁았고 공과 사의 구분도 모호했다. 김건희 여사는 ‘조용한 내조’ 약속을 설명 없이 파기했다. 낮아지는 지지율에 대해 “별 의미가 없다”고 했고 잇따른 인사 실패 지적에는 "이전 정권 장관 중에 훌륭한 사람을 봤냐"며 자기 부정의 모습도 보였다. 실언 수준의 발언에 지지층은 이탈하고 상대 진영에게는 공격의 빌미를 줬다. 덫을 놓고 그것에 스스로 걸리고 있다는 얘기다.
출범 2개월이 지난 만큼 시간은 충분하다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평가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정치는 지지율을 먹고 사는데 이대로라면 국정동력이 상실된다"며 “정권 초기인 만큼 빨리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 정부의 실책 타령을 멈추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민생과 노동·교육·연금 개혁 등 미해결 국정 과제를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인적 쇄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남은 장관 인선을 “제대로 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상승 흐름을 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던 尹, 귀 닫아…"국민 보고 협치의 초심으로"
['출범 두달' 尹정부 심상찮다 ]
인사·비선의혹 등 논란 반복
'공정과 상식' 스스로 허물어
'개혁' 기대한 국민들 배신감
외부 충격 없는데 민심 이탈
노동개혁 등 국정 현안 산적
여야 막론 민생 안정 나설때
['출범 두달' 尹정부 심상찮다 ]
인사·비선의혹 등 논란 반복
'공정과 상식' 스스로 허물어
'개혁' 기대한 국민들 배신감
외부 충격 없는데 민심 이탈
노동개혁 등 국정 현안 산적
여야 막론 민생 안정 나설때
48.5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0.73%포인트 차로 이긴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신뢰를 보냈던 때는 5월이다.
윤 대통령은 구중궁궐이라는 청와대를 벗어나 5월 11일 헌정 사상 첫 도어스테핑을 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서서 “우리 정치 과정 자체가 국민 통합”이라며 협치의 메시지를 던졌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워 썩은 권력을 도려내던 강골 검사 출신 대통령은 첫 시정연설도 달랐다. 5월 16일 국회에 나선 윤 대통령은 손을 대면 정권을 잃는다는 △노동 △교육 △연금 개혁을 꺼내 들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나라 안팎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가 미뤄놓은 개혁을 완성하지 않고서는 극복하기 어렵다”며 초당적 협치를 요청했다. 나흘 뒤인 21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공동선언문을 통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자를 자처하던 문재인 정부의 외교에 종지부를 찍었다. 윤 대통령은 앞을 보고 뛰어가면서도 민심을 향한 귀는 열었다. 5월 24일 윤 대통령은 민주당 출신 박병석 전 국회의장과의 만찬에서 남성 편중 인사에 대한 조언을 듣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야가 좁았다”며 자세를 낮췄다.
협치 메시지와 귀를 연 모습은 민심을 움직였다. 지방선거 직전인 5월 30일 발표된 여론조사(리얼미터 기준)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54.1%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수층(82.6%) 지지율은 80%를 넘어섰고 중도층도 3.3%포인트 뛰어 53.3%까지 상승했다. 민심 역시 6월 1일 치러진 전국지방선거에서 17곳 가운데 12곳의 시도 지사를 국민의힘으로 선택하며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40여 일이 지난 11일 윤 대통령이 받아든 지지율은 37%(리얼미터 기준)다. 17.1%포인트가 증발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가장 큰 요인은 인사다. 인사 문제는 국정 기조인 ‘공정과 상식’마저 흔들었다. ‘자녀 특혜 입학’ 논란으로 물러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후임인 김승희 후보자는 정치자금법 위반, 딸 불공정 취업 의혹이 불거졌지만 윤 대통령은 6월 내내 함구했다. 민심은 이때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이 고심을 거듭하는 줄만 알았다. ‘만취 음주운전’ 논란을 겪은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며 “야당과 언론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비판 여론에는 “다른 정권과 비교해보라”며 화를 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던 윤 대통령이 지방선거 이후 인사부터 귀를 닫은 것이다.
‘학력·경력 부풀리기’ 의혹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던 김건희 여사의 설명 없는 공개 활동도 지지율 하락의 큰 원인이라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조용한 내조’를 왜 깼는지, 누가 보좌하고 있는지에 대해 입을 닫았다. 결국 비선 의혹이 터졌다. 야당은 김 여사의 봉하마을 예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보좌한 직원이 모두 ‘사적 인사’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비선 논란의 한복판에서 “정치적 동지”라며 비판 여론마저 일축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검찰 일색의 인사와 지인 채용 때문에 당에서도 ‘동아리 국정’이라는 말이 돌고 있는데 대통령실만 모르고 있다”며 “국정과 외교에 지인을 써야 하는 불가피함을 설명부터 해야 하는데 윽박지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비선’이라는 말에 트라우마를 가진 보수층에서도 거부감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5월 4주 차에 82.6%까지 치솟았던 보수층의 지지율은 58.9%로 23.7%포인트나 추락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대통령이 되면 모두 나를 공격하는 것 같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며 “톱다운 소통 방식에서 벗어나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짜 원인은 민생고를 외면하는 정부 여당의 행태라는 지적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6% 뛰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인 1998년 11월(6.8%)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민생 위기가 벌어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6월 내내 국회를 닫아둔 채 이준석 대표를 두고 집안싸움만 하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경제가 안 좋은데 민심과 동떨어진 일만 하고 있다”며 “누가 봐도 불안한 국정 리더십”이라고 지적했다.
돌파구는 ‘초심’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취임 초기인 5월처럼 민심에 귀를 열고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협치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야당과 싸우지 말고 편 가르지 말라고 윤석열 정부를 뽑아준 것”이라며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경쟁 선진국들과 비교하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동하고 민생 현안을 논의했다. 동시에 협치의 메시지도 나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정부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를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각종 현안 및 법안에 대해 국회와 상시 소통하며 설명하고 의견을 구하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