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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기업 好시절 끝났다…하반기 신용등급 개선 늦어질 것"

나신평, 신용등급 변동현황·하반기 방향성 발표

팬데믹 지나며 시장 유동성에 실적·재무부담 완화

상반기 신용등급 상향 조정 기업 총 25곳 달해

올해 부정적 거시환경 이어지면서 사업환경 저하

"KBI동국실업·형지아이엔씨·위니아 등 어려울 것"

화물을 가득 싣고 가는 HMM의 화물선. 사진제공=HMM화물을 가득 싣고 가는 HMM의 화물선. 사진제공=HMM




올해 상반기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시장의 유동성이 늘어나 기업들의 실적과 재무부담이 완화된 덕분이다.



다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와 이에 따른 급격한 금리인상 기조 등 거시환경의 부정적인 변화로 하반기에는 상황이 크게 어려워질 것으로 봤다. 특히 신용도가 BB+등급 이하인 중소기업들의 경우 재무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12일 나이스신용평가는 '2022년 상반기 신용등급 변동현황 및 하반기 방향성'을 내놓고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이 오른 기업은 총 25곳으로 하락한 기업 16곳 대비 많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향조정 17곳, 하향조정 15곳과 비교하면 크게 벌어진 수준이다.

자료=나이스신용평가자료=나이스신용평가


상승 개수와 하락 개수를 나타내는 지표인 등급 상하향배율도 1.56배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0.5배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급격히 증가한 수준이다. 나신평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격한 경기위축을 진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유동성 확대와 저금리 기조, 이에 따른 부동산 경기 호조 등이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건설, 철강, 해상운송 등 비금융업종과 대부분 금융업종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신용도가 올랐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금융 업종의 신용도 상승이 많았다. 올해 상반기 신용도가 오른 금융사는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한화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SBI저축은행 △우리금융저축은행 △키움캐피탈 △푸본현대생명보험 등으로 총 8곳이다. 다만 2021년 17곳에 비하면 상향 우위 기조가 완화됐다고 나신평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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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생명보험 업종은 신용도가 떨어졌다. 사업부문 폐지와 매각 장기화, 점유율 하락세, 투자영업이익 변동성 등 영향이 컸다. 나신평은 "영업 확대나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우발채무 리스크가 증가하거나 자본적정성이 저하되는 등 재무위험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상반기 신용도가 떨어진 생명보험사는 △한화생명보험 △무궁화신탁 두 곳이다. 매각이 장기화되고 있는 △한국씨티은행 △KDB생명보험과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SK증권 등도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인 등급전망 하향 조치를 받았다.

기업의 경우 신용등급이 오른 곳이 17곳, 떨어진 곳이 14곳으로 상향 조정된 사례가 많았다. 등급전망 상향까지 고려하면 상향 조정 35곳, 하향 조정 28곳으로 차이가 벌어졌다. 나신평은 "최근 3년 간 변동현황을 살펴보면 2019~2020년 하향조정이 절대적으로 우세했으나 2021년부터 상향 기조로 돌아섰다"며 "코로나19 대응 및 적응 과정에서 공급구조 개선과 수요 회복으로 사업환경이 호전되고 시중 유동성으로 증자가 월활하게 이뤄지면서 실적과 재무대응력이 개선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건설과 철강, 자동차부품, 항공, 해운 등 업종의 상향 조정이 많았다. 전방 수요가 회복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대규모 유상증자 등으로 재무부담이 줄어든 덕분이다. 주택경기가 호조되면서 분양성과가 늘어난 건설사들의 신용도도 상승했다. 이밖에 물동량 회복과 주요 항만의 체선 증가로 운임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한 해운사, 중국 생산제한 정책으로 수급환경이 유리해진 철강사 등도 신용도가 올랐다. 상반기 신용등급이 상승한 기업은 △대우건설(047040)코오롱글로벌(003070) △두산건설 △SK디스커버리(006120)하이트진로(000080)풍산(103140)HMM(011200)현대로템(064350) 등 17곳에 이른다.



다만 중소형 자동차부품사, 의류, 발전 업종은 부정적이었다. 전방교섭력이나 브랜드력이 낮은 중소기업은 저조한 실적이 지속되면서 투자와 운전자금 소요 등으로 재무부담이 늘어난 곳이 많았다. 한온시스템(018880)과 디엔오토모티브의 경우 사업역량 강화 또는 다각화를 위한 대규모 인수합병(M&)로 차입부담능력이 떨어지면서 신용도가 하락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부의 석탄발전 관련 규제와 국내 금융기관의 탈석탄금융 선언 등으로 자금 조달 위험이 늘어난 석탄발전사들 역시 신용도가 떨어졌다. 나신평은 "최근 금리 인상이 가팔라지면서 변동금리부 차입금에 대한 금융비용 부담이 증가해 사업계획 대비 추가적인 현금이 필요해지면서 재무구조 개선속도가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신용도가 떨어진 기업은 △한온시스템 △디엔오토모티브 △대성엘텍 △대흥알앤티 △강릉에코파워 △삼척블루파워 △넷마블(251270) 등 14곳이었다.

나신평은 하반기에는 기업들의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봤다. 올해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원자재 조달과 물류 등 공급망 위험이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른 정부의 통화 정책과 가파른 금리 인상, 부동산 경기와 증시 및 소비심리 저하 등도 전반적인 사업과 금융 환경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신평은 "국내 기업들의 신용도 상향 속도가 하반기부터는 느려질 것"이라며 "부정적 거시환경이 이어지면서 투기등급(BB+ 이하) 기업들의 신용도 하락이 가팔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KBI동국실업 △팬코 △형지아이엔씨 △위니아(071460) △비보존헬스케어 △뉴로스(126870) 등이 주 대상이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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