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테크

'작업 대출' 칼 빼든 금감원, 저축은행 겨눈다

사업자 주담대 서류 위·변조 급증

일부 저축銀서 불법 영업행위에

정기검사 일정 10영업일 더 연장

대출취급 적정성 놓고 현미경 검사

업계선 "일부사례 침소봉대" 항변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업계에 만연한 ‘작업 대출’에 칼을 빼들었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올해 하반기 예정된 저축은행 정기·수시 검사에서 부당 작업 대출 취급 실태를 중점 검사한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 업계는 “일부 사례를 침소봉대한 것으로 저축은행 업계 전체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수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12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예금보험공사와 지난달 20일부터 OK저축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2년 주기로 돌아오는 금감원 정기 검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파악된) 특이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다만 금감원은 현장 상황을 감안해 이달 1일 종료 예정이던 검사 일정을 15일까지로 영업일 기준 10일 연장했다. 금감원은 OK저축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에서 사업자(법인·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 취급의 적정성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 저축은행검사국은 검사 착수 직후인 지난달 21일 “저축은행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법적인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행태에 엄중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8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고 “일부 저축은행에서 대출 모집인 등이 서류를 위·변조하면서까지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주도한 불법·불건전 영업 행위인 작업 대출이 다수 적발됐다”고 재차 경고했다. 금감원장이 작업 대출이라는 말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금감원이 저축은행을 작업 대출의 온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저축은행의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이 2019년 말 5조 7000억 원에서 2022년 3월 12조 4000억 원으로 117% 급증했기 때문이다. 작업 대출 일당은 보통 대출 모집인과 모집 법인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전단지, 온라인 커뮤니티 광고를 통해 대출이 곤란한 금융소비자에게 접근한다. 이후 세금계산서 등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꾸미고 개인사업자로 둔갑시켜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수법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저축은행이 작업 대출을 묵인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업 외 용도로 대출금이 유용될 것을 알고도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는 등 위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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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사업자 대출을 빙자한 작업 대출이 사실상 주택 구입 자금 등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가계대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은 가계대출과 달리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적용 받지 않고 신용 공여 한도도 50억~120억 원으로 높다.

저축은행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올 3월 기준 저축은행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중 LTV 80% 초과분은 48.4%, 90% 초과분은 15.3%나 된다. 부동산 경기 하락과 금리 급등이 함께 나타나면서 대출 자산 부실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손충당금을 과소 적립한 저축은행이 휘청일 수 있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 취급 시 상환 능력과 차입 목적 등을 철저히 심사하고 자금 용도 외 유용 여부 등 사후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들은 “감독 당국의 검사 방침에 공감한다”면서도 “업권 전체를 작업 대출 일당의 공범으로 치부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항변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외부에서 저축은행 업계 전체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보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굳이 보도 자료까지 배포했어야 했나 하는 의문은 든다”며 “관련 시장이 위축돼 진짜 필요한 경우 피해를 보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도 “대형 업체들이 구태여 평판 리스크에 치명적인 작업 대출에 나서겠느냐”고 반문하며 “금감원과 예보로부터 주기적으로 고강도 검사를 수검하고 있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과 예보는 지난해 저축은행 8곳에 대한 공동 검사를 실시했다.


유현욱 기자·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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