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 개선을 통한 대규모 민간투자 활성화로 국내 산업 경쟁력 제고에 나선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신한울 3·4호기 조기 건설 및 5000개 이상의 에너지 혁신 벤처기업 육성을 바탕으로 공급 안정화 및 산업 경쟁력 강화를 꾀한다. 10년 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0%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 같은 산업 혁신 전략을 통해 ‘성장의 벽’을 돌파한다는 목표다.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수출기업 중심의 성장 정책은 압축 성장 시대에 효용을 다했다”며 공공 일자리 확대 등에 나선 것과 달리 현 정부는 기업 등 민간 중심의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2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성장 지향 산업 전략 등을 골자로 한 ‘새 정부 산업통상자원정책방향’을 보고했다. 산업부의 정책방향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혁신 산업 생태계’ 강화로 요약된다.
산업부는 우선 경제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미 해소된 26건의 투자 애로 사항을 포함해 총 53건의 기업 투자 관련 규제 혁신에 나선다. 이들 53건의 프로젝트 규모만도 올해 정부 예산의 절반이 넘는 337조 원에 달한다. 반도체·수소 등 10개 분야를 ‘메가 임팩트 프로젝트’로 선정해 기술 개발 및 제도 개선 등을 통합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런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설비투자 시 세금을 깎아주는 투자세액공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용수와 같은 기반 시설은 국비로 지원하게 된다. 도박업 등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의 입주가 가능한 산업 단지 내 ‘네거티브존’ 비율을 기존 30%에서 50%로 높인다. 산업단지의 문호를 개방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 지원을 위해 4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것도 눈에 띈다.
주요 산업의 육성을 위한 전략적 로드맵도 내놓는다. 산업부는 이달 중 반도체 육성 전략을 공개하고 연내 디스플레이·2차전지·미래차 등 주요 산업 육성 전략을 추가로 공개해 주력산업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인재 양성에도 힘을 기울인다. 창의적 혁신 인재 양성을 위한 범정부 추진 체계 및 로드맵을 내년 상반기 중 마련하고 총 1조 5300억 원을 투입해 산업별 전문 인력을 2026년까지 총 14만 명가량 키운다는 목표다.
미중 무역분쟁 이후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공급망과 관련해서는 영국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상호 투자와 기술 협력을 통한 안정화를 꾀한다. 대(對)중국 포위망 전략으로도 불리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국제 규범 및 표준 논의를 주도하는 한편 미국과의 공급망, 산업 협력 대화를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한다.
에너지 부문은 원전 산업 활성화에 기반한 에너지안보 강화에 무게를 뒀다. 문재인 정부 시절 사실상 백지화됐던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을 재개하기 위해 환경평가를 가능한 빨리 수행하고 2024년 본격 건설에 나설 방침이다. 탈원전으로 5년째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원전 관련 기업 지원을 위해 관련 일감을 애초 계획 대비 400억 원 늘린 1300억 원 규모로 연내 확대 공급하고 신한울 3·4호기 사전 제작 일감은 내년 초 발주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체코와 폴란드 등 주요국에 원전 10기 이상을 수출해 원전 산업 경쟁력도 한층 높이겠다는 각오다. 신규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해 5000억 원 규모의 수소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에너지 혁신 벤처도 5000개 이상 육성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업무 보고에서 “산업부가 반도체 산업의 견고한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구축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마드리드 정상 외교와 연계한 원전, 방산, 인프라 수출과 관련해 산업부가 중심이 돼 가능한 빠른 성과를 도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