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이하 현지 시간)부터 16일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는 중동 순방 일정에 돌입한다. 유가 안정을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냉랭해진 사우디와의 관계를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을지, ‘앙숙’인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중재할 다리를 놓을 수 있을지 등이 관심사로 떠오른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동을 찾는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 관전 포인트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①증산 여력 없다는 OPEC, 바이든 돌파구 만들까=바이든 대통령은 12일 밤 워싱턴DC를 출발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사우디를 차례로 방문하고 사우디에서 열리는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 일정에서 그의 최대 목표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의 증산을 끌어내 유가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현재 OPEC에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정도만 증산 여력이 약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 “OPEC이 추가 조치를 취할 여력이 있다”며 “세계 경제를 위해 적절한 원유 공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벤 카힐 선임펠로는 “사우디가 증산을 발표하기보다는 글로벌 원유 수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돕겠다는 온건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②소원해진 미·사우디 관계 회복 어디까지=80년 넘게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다 2018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여파로 냉랭해진 미국과 사우디 간 관계 회복 여부는 이번 순방의 최대 관심사이자 사우디 증산의 핵심 조건이다. 유가 안정이 급선무인 미국은 사우디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공격용 무기’ 판매를 재개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사우디는 미국의 최대 무기 수출국이었지만 바이든 정부는 사우디가 예멘내전에서 민간인을 살상했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2월부터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설리번 보좌관이 “이번 방문 목적 중 하나는 해당 지역 내 인권 진전이라고 강조한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 인권 문제와 사우디와의 관계 강화를 어느 선에서 조율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③‘앙숙’ 이스라엘·사우디 중재 다리 놓나=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중재자를 자처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이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을 앞두고 양국 간 ‘관계 정상화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이스라엘 재무장관도 이날 바이든 대통령 방문에 앞서 “중동에 이스라엘과 사우디, 걸프 국가와 요르단을 포함한 새롭고 보편적인 시장을 만들 때가 됐다”며 “이는 안보와 경제 현실을 총체적으로 바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을 기해 중동에 새로운 시장을 조성하는 방안이 강조됐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중동 순환고속도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요르단을 잇는 철도 건설 등을 새로운 시장의 예로 들었다.
④중동에 반(反)이란 전선 구축될까=중동에 반이란 전선을 구축되는 방안이 급물살을 탈지도 주목된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최근 “사우디와 카타르·UAE·이집트·요르단·바레인 등이 참여하는 공동 방공 체계 구축이 논의되고 있다”며 “이른바 메드(MEAD·중동공중방어)로 불리는 이 체계 구축에 대한 논의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는 이란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GCC+3국(이집트·이라크·요르단)의 방공망 통합을 추진하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