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Why] 초저금리·엔저에…빌딩 쇼핑자금 1조엔 몰린다

■日 부동산 사들이는 글로벌 자금

차입비용 낮아져 수익률 ↑

연간 투자 규모 1조엔 추산

日정부 소유 대형건물 입찰

골드만 등 10여곳 뛰어들어

카타르투자청 보유 홍콩펀드

주거용 빌딩 32채나 매입

리츠에도 900억엔 순유입

도쿄 전경. dpa연합뉴스도쿄 전경. dpa연합뉴스




외국인투자가들이 앞다퉈 일본 부동산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일본은행(BOJ)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대열에서 이탈해 주요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데다 이로 인해 엔화 가치가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일본 부동산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싼값에 일본 주요 도시의 부동산을 사들이기 위해 몰려드는 외국인 투자는 연간 약 1조 엔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달 7일 마감된 일본 정부 소유의 대형 건물 입찰에 골드만삭스와 블랙스톤 등 10여 개 업체가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매물은 도쿄 오테마치에 있는 '오테마치플레이스' 중 정부가 소유한 동쪽 타워 부분이다. 현재 정부의 위탁을 받아 미즈호신탁이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매입가는 일본 부동산 거래 사상 역대 최고가였던 도쿄 시오도메 소재 덴쓰 본사 빌딩의 약 3000억 엔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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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투자가들이 일본 부동산 매수에 뛰어든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5월 말 홍콩 소재 부동산 투자회사인 가우캐피털파트너스는 자사가 운용하는 펀드를 이용해 도쿄·나고야 등의 주거용 빌딩 총 32채를 사들였다. 해당 펀드는 카타르 국부펀드인 카타르투자청(QIA)이 보유한 것으로 사실상 QIA가 일본 부동산 시장에 처음으로 거액을 투자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싱가포르 투자펀드인 QIP도 6월 초 일본 주요 도시의 주거용 건물에 대거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오사카와 나고야의 건물 3곳을 4000만 달러에 사들였다고 한 바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앞서 2월 세이브홀딩스의 호텔 및 레저 시설 약 31곳을 1500억 엔에 인수하기로 했으며 3월에는 리츠(REITs) 기업인 에스콧리츠가 오사카·후쿠오카의 임대주택과 학생 기숙사를 약 100억 엔에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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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리츠에도 외화가 유입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 1~5월 리츠를 약 900억 엔 순매수했다. 올 1~6월 미국 리츠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약 12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이 같은 외국인 투자 덕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국가별 리츠지수에서 미국은 지난해 말 대비 20%가량 하락한 반면 일본은 5% 하락에 그쳤다.

외국인이 일본 부동산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우선 낮은 금리 때문이다.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이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행은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해 차입 원가를 감안할 경우 도쿄의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싱가포르나 홍콩보다 높다는 설명이다. 신문은 "일본은 금리가 매우 낮기 때문에 차입 비용을 고려한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달러당 137엔대까지 떨어진 엔화 가치도 일본 부동산의 가격 메리트를 높이는 요인이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 CBRE는 "엔화 가치가 하락하던 2007년과 2014년 외국인투자가들의 부동산 구매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엔화 가치는 달러화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 통화와 비교해도 하락한 상태여서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계 자금도 끌어당기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달 싱가포르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98엔으로 1985년 이후 37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엔화는 태국 밧화에 대해 약 15년, 말레이시아 링깃화에 대해서도 약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문은 "자국 통화나 미 달러화로 자금을 조달하는 많은 아시아 투자가들의 일본 부동산 투자를 부추길 것"이라며 "엔화 약세로 외국인투자가들의 구매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들의 투자 규모가 연간 1조 엔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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