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고물가는 이달부터 완화, 수요 위축으로 4분기 중 경기침체 올 것” [청론직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주임교수

물가에 영향 큰 유가 이미 하락, 원자재·곡물가도 내림세

금리 인상으로 경착륙 불가피, 부동산 거품 붕괴 부를 것

투자 이끌어낼 R&D에 재정 쓰고 기업 구조조정 서둘러야

잠재성장률 올리려면 노사가 양보하는 사회 대타협 필요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1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4분기 중 경기 침체가 도래할 것”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1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4분기 중 경기 침체가 도래할 것”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1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4분기 중 경기 침체가 도래할 것”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성형주 기자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1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4분기 중 경기 침체가 도래할 것”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성형주 기자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주임교수는 ‘한국의 닥터 둠(doom)’으로 불린다. 그는 2001년 9·11사태 직전 주가 폭락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고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로 경제가 휘청이고 경기 침체 위기가 코앞에 닥친 현 상황을 그는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김 교수는 1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물가는 6월로 고점을 찍고 상승률이 완화되겠지만 수요 위축이 동반되면서 4분기 중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경기 침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며 “이를 해결하려면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희생하는 사회적 대타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복합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우선 12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16원을 넘어서며 13년 2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1300원대 환율은 비정상적이다. 달러화 가치가 오른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전 자산을 선호한 영향도 컸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 불균형이 심각한 점을 고려하면 달러화 가치는 이미 정점에 와 있다고 판단된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방정부 부채 비율은 한때 130%를 넘기도 했다. 환율은 점차 내려갈 것이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무역 적자 규모가 외환 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무역 적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1년에 10억 배럴 수입한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100억 달러가 더 소요된다. 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 올랐으니 무역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수출 구조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달 1~10일 수출 통계를 봐도 일평균 수출액이 전년보다 19.7% 증가했다. 유가가 최근 내림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무역 적자는 개선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6월 한 달 동안 94억 달러나 빠져 4382억 달러가 됐다. 외환 위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에 포함된 유로화와 엔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떨어진 것도 한 원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개월치 수입액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보는데 이 경우 1769억 달러가 된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여기에 단기 외채를 더하는데 이러면 3471억 달러가 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여기에 외국인 주식·채권 투자액의 3분의 1을 더한다. 이러면 6038억 달러가 된다. 이렇게 볼 때 현 외환보유액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주가는 충분히 내렸다고 보는가.

△과소 평가 영역에 들어와 있다. 2005년 1월 이후 코스피와 일평균 수출액과의 상관관계는 0.86으로 매우 높다. 지난해 4월 코스피가 일평균 수출액 대비 40% 과대 평가됐다. 이후 주가가 많이 떨어져 올해 6월 현재 14% 과소 평가될 수준까지 내려왔다. 주가가 내릴 때는 외국인이 팔고 환율이 오른다. 환율이 내릴 테니 조만간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고 주가가 오를 것이다. 외국인 매도세는 이달 들어 이미 많이 줄었다.

-전 세계적으로 물가 폭등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로 외환 위기 이후 가장 높았을 정도다. 물가를 끌어올리는 원인은 무엇인가.

△수요 측면에서 보면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 이후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 적정 통화공급 수준을 보여주는 마셜의 k(명목국민총생산에 대한 통화공급잔액의 비율) 값이 이때 이후 수직적으로 증가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수요는 증가하고 공급은 줄어드니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저임금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물건을 싸게 공급했다. 이번 고물가 현상이 있기 전 오랫동안 미국 물가가 안정된 것은 중국 덕분이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 물건도 싸게 공급하고 국채를 사서 금리도 안정시켰다. 이 구조가 미중 무역 갈등 이후 깨졌다.

-고물가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미국도 한국도 7월부터는 고물가 현상이 완화될 것 같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6%였다. 시장이 예상하는 6월 상승률은 이보다 더 높다. 이게 연간 고점이 될 것이다. 국제 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당 120달러대까지 올랐다가 100달러 안팎으로 내렸다. 미국의 유가 상승률과 물가 상승률의 상관계수는 0.7로 높다. 유가가 1개월 선행하므로 물가는 7월부터 내려갈 것이다.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은 이미 떨어지기 시작했고 곡물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고물가 현상이 완화되면 경제 위기도 수그러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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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수요 위축이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미국의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대표 지수 중 하나인 콘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가 사상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미국의 소비 패턴을 보면 소비에서 내구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13%, 준내구재가 22%다. 내구재 소비는 지난해 5월이 고점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있으면서 TV 등 전자 제품을 이미 많이 바꿨다. 내구재는 이제 재고가 쌓이고 있다. 비중이 65%로 압도적인 서비스 소비가 늘어야 하는데 소득이 줄어드는 바람에 이것도 어렵다. 미국 1인당 가처분소득은 지난해 4월 정부가 가계에 1400달러씩 지급한 뒤 감소하고 있다.

-수요가 위축되면 경기 침체로 연결되지 않나.

△미국 경제는 현재 스태그플레이션 상태다. 1분기 성장률이 이미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2분기 성장률 시장 예상치는 -1.7%다. 올 하반기 기저 효과로 약간의 플러스 성장을 보인 뒤 내년 상반기 중 본격적인 경기 침체에 들어갈 것이다.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감소하면 침체로 갈 수밖에 없다. 하반기에 물가가 더욱 낮아지면서 디플레이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데 다시 디플레이션이 온다면 상황이 너무 급변하는 것 아닌가.

△1972년 이후 한국 경제가 경기 수축 국면에 들어가면 평균 19개월간 지속됐다. 미국은 1900년 이후 평균 14개월 걸렸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에는 미국의 경기 수축 국면이 3~4월 두 달간 유지됐다. 그만큼 재정을 과감히 풀었다는 얘기다. 그 후유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주식과 채권의 거품은 이미 꺼지고 있고 이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할 것이다.

-경기 침체가 다가오는데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더 나쁜 결과가 나오지 않나.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물가를 잡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금리 인상 외에 없다. 중앙은행이 기대하는 것은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되 경기는 연착륙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연착륙은 없다. 금리 인상으로 물가는 잡겠지만 성장률은 원래 수준보다 더 떨어질 것이다. 미국의 비농업 고용자 수는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 3~4월 두 달 사이에 2200만 개 줄었다. 이는 과거 10년간 늘어난 일자리 수에 해당한다. 이런 일이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다. 금리 인상으로 소비가 위축되는데 기업이 고용마저 줄인다면 최악의 경착륙이 일어날 것이다.

-노무라증권이 최근 한국은 올 3분기부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늦어도 올 4분기부터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1분기 정도 차이 나는 것은 아직 증가세를 보이는 수출 때문이다.

-경기 침체를 타개할 대책은 뭐가 있나.

△지금 가계는 사상 최대의 부채를 떠안고 있으므로 돈을 쓸 여력이 없다. 기업은 929조 원의 현금성 자산을 쌓아놓고만 있다. 경기 침체를 타개하려면 정부가 일정 정도 재정을 풀어야 한다. 전 정부처럼 노인 단기 일자리 같은 곳에 쓸 것이 아니라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입해야 한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 기업이 36%에 달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들의 대출 만기를 연장해줬는데 이게 한계에 도달했다. 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 옥석 가리기를 통해 살릴 기업은 살려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 잠재성장률이다. 어떤 해결 방법이 있을까.

△잠재성장률은 자본·노동·총요소생산성으로 구성된다. 노동은 해외에서 인력을 수입하지 않는 한 한계가 있고 자본은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다. 유일하게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법이 생산성이다. 생산성을 올리려면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는 수밖에 없다. 사회적 대타협은 노조와 기업 양쪽에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기업에 과도한 임금 인상 자제를 당부한 바 있다. 추 부총리는 똑같이 과도하게 높은 기업 임원들의 임금을 깎을 것과 과감한 고용에 나설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형평에 맞다. 지난 정부 때 사회적 대타협이 거의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막판 반대로 실패했다. 이를 다시 살려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건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는 규제를 풀어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사실 기업은 돈이 된다면 규제가 있어도 투자한다. 규제 완화보다 더 확실한 것은 사회적 대타협이다.

◆He is…

1959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전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경제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신증권과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을 거쳤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최다 ‘베스트 애널리스트상’ 수상 기록을 세웠다. 2010년 한국창의투자자문 리서치대표로 자리를 옮겨 랩어카운트 투자 열풍을 일으켰다. 한국은행 통화정책자문위원을 지냈고 현재 서강대 경제대학원 주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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