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고, 주가도 사실 PER(주가수익비율)이 15까지 올라가면서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번 금리상승 국면을 통해 조정되는 것은 피할 수 없고요. 저희는 금리를 올리게 되면 당연히 부동산 가격과 주식 가격은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 의장이 ‘주택 구매하려면 기다리는 것이 좋다’라는 취지로 발언을 했는데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이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한 사람들에게 해줄 말이 있냐는 질문에 한 답변이다. 역대 최대 폭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직후 내놓은 발언인 만큼 의미심장하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겪어보지 못한 20~30대 젊은 세대에 대해서도 저금리가 평생 갈 것으로 보면서 의사결정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금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집을 살 때 3%대로 돈을 빌렸다면 평생 그 수준으로 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경제 상황에서는 바뀔 수 있다”며 “물가나 금리가 0~3%였던 수준을 가정하지 말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빚투·영끌을 통해 집이나 주식을 살 때가 아니라고 한 셈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임금·물가 상호작용(wage·price spiral)’이 발생하면서 물가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기대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선제적으로 빅스텝을 선택했다.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사실상 물가만 보고 빅스텝을 밟으면서 경기에 미치는 충격은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통화정책이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오버킬(overkill)’을 감수하면서 금리 인상 폭을 확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소비·투자 위축은 물론이고 자산가격경로를 통해 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 각종 자산가격에 영향을 준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가 오르면 자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미래 수익의 현재가치가 낮아지면서 자산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한은이 연말 기준금리 수준이 2.75~3.0%까지 합리적이라고 보는 만큼 금리 추가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다. 여기에 미국 등 전 세계 주요국이 동시에 금리를 올리는 만큼 자산가격 영향은 불가피하다.
특히 이 총재가 집값과 주식 가격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은이 6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은 기초경제여건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금융불균형 부문별 지수에서 부동산은 지난해 4분기 100을 기록했다. 금융불균형 지수가 100인 것은 통계가 시작된 1996년 이후 처음이다. 실물경제와 자산가격의 격차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0부터 최대 100까지 표시되는데 끝까지 오른 것이다. 올해 1분기 99.6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자체가 고평가됐을 뿐 아니라 가계대출과 상당 부분 연계돼 금융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고평가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PER은 지난해 1월 15.1까지 올랐다. PER은 수익성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다만 주가는 최근 하락세가 거듭되며 8.9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나타나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올해 1~6월 외국인 주식자금 순유출 규모는 125억 3000만 달러로 지난해 연간 규모(174억 4000만 달러)의 70%에 이른다. 문제는 외국인이 빠져나가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 신용공여까지 이용한 빚투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암호자산 투자자에 대해서도 경고장을 날렸다. 한은에 따르면 전 세계 암호자산시장 시가총액은 5월 31일 기준 1조 3715억 달러로 올해 들어 41% 감소했다. 특히 암호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높아 투자자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국내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보다 가격 변동성이 큰 기타 암호자산 이른바 ‘잡코인’에 주로 투자하고 있어 추가 손실 가능성이 크다. 국내 암호자산 보유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5조 원으로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2655조 원)의 2.1%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은 자산가격의 하방 위험으로 작용하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주택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국가는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게 된다”라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에 자산가격이 이미 떨어지고 있는데 금리마저 오르면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