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역사속 오늘] 홍콩 반환 25주년과 ‘일국양제’

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올해 7월 1일은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지 2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25년 전인 1997년 7월 1일 홍콩에서 거행된 주권 이양식에서 홍콩의 주권은 영국에서 대륙의 중국으로 이양됐다. 당시 중국인들은 영국이 강제로 체결한 99년의 조차(租借, 일정 기간 빌려서 통치하는 일)로부터 홍콩이 ‘조국’으로 반환된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같은 날 홍콩에서 고별 연설을 했던 영국의 찰스 왕세자는 “홍콩을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과거 156년간의 홍콩 통치를 강조했다. 왜 영국의 홍콩 통치 기간에 대한 기억이 서로 달랐을까?





99년을 기억하는 이들은 1898년 청나라 조정이 영국과 체결했던 홍콩 신계(新界) 지역에 대한 99년의 조차 조약을 강조한다. 빌려줬으니 되돌려받겠다는 주장인데, 그 면적은 현재 홍콩의 85% 정도다. 반면 156년을 기억하는 이들은 1842년 아편전쟁 결과 체결된 난징조약에 홍콩섬을 ‘영원히’ 영국에 할양(割讓)한다는 규정을 강조한다. 홍콩 면적의 8%에 해당한다. 홍콩섬과 빅토리아항구의 식수와 전기는 배후의 신계 지역에 의존돼 있었으므로 1997년 모두 반환됐다. 하지만 되돌려주지 않아도 될 섬까지 반환했으니 그동안의 시스템을 유지하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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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상반된 기억이 1997년 홍콩에 한 지붕 두 가정과도 같은 ‘일국양제(一國兩制)’를 탄생시켰다. 당시 양국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로도 2047년까지 50년간 고도의 자치를 누릴 수 있도록 합의했다. 올해 홍콩 반환 25주년 기념식에 직접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도 연설에서 ‘일국양제’를 20차례나 언급하며 강조했다. 하지만 이제 딱 반이 지난 지금, 벌써 ‘양제’라는 특색보다는 ‘일국’이라는 전제로 수렴되는 것처럼 보인다. 홍콩 드림(dream)을 꿈꾸며 홍콩으로 향하던 소군(리밍)과 이요(장만위)의 아름다운 만남을 추억하는 이들에게 영화 ‘첨밀밀’의 홍콩 이미지는 어쩌면 영원히 ‘드림’으로만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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