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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과감한 투자본색'…콧대 높던 머스크도 빗장 풀었다

■글로벌 IB서 존재감 커진 미래에셋

머스크 우주사업 스페이스X 심혈

투자자 자본·업력·평판까지 살펴

파트너 선정땐 신뢰·위상 인정한셈

박 회장, 글로벌 투자 '광폭 행보'

17조 자본·亞 톱3 IB 명성 앞세워

글로벌기업과 첨단산업 동행 결실

기업가치 161조…미래 성장성 베팅





미래에셋그룹이 스페이스X 지분 투자로 글로벌 초대형 투자은행(IB) 비전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페이스X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가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회사다. 그의 꿈인 ‘인류의 화성 이주’를 실현시킬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스페이스X 투자에 대한 ‘초대장’은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글로벌 혁신 산업에 대한 투자 기회는 자본력뿐 아니라 업력과 평판 등을 갖춘 글로벌 투자가들에게만 주어진다. 1억 달러의 투자 규모가 다른 해외 부동산 투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크지는 않음에도 이번 딜의 의미가 특별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우주산업이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금융사가 우주산업의 최선두에 서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에 나선 것 역시 향후 글로벌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페이스X, 2조 원 조달…‘초대장’ 받은 미래에셋=14일 금융투자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이번에 미래에셋을 포함해 글로벌 투자가 74곳으로부터 약 17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우주산업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스페이스X는 대규모 자본을 조달해 ‘스타십’ 프로젝트와 ‘스타링크’ 프로젝트, 항공우주공학 인재 모집 등에 활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올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당초 계획했던 것에 소폭 못 미치는 투자금을 모았다.

특히 스페이스X는 첨단 우주항공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투자자를 까다롭게 고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보안상의 이유로 투자자를 깐깐하게 선정하고 투자 규모 역시 원하는 만큼 배분하지 않는다”며 “미래에셋을 투자 파트너로 인정한 것은 그만큼 위상과 신뢰를 인정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번 딜 참여를 통해 미래에셋의 글로벌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미국의 IB 딜 시장을 노크하면서 작은 딜이라도 따내기 위해 애써왔지만 해외 금융사들의 업력이나 자본력에 밀리기 일쑤였다. 이에 국내와 아시아에 그치거나 유럽과 미국에서는 부동산 매입에 주력했다. 미래에셋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바다 건너로 눈을 돌리며 글로벌 투자에 힘을 쏟았고 드디어 결실을 얻는 단계로 들어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페이스X와 같은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는 이전까지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던 기회”라며 “앞으로 있을 추가 시리즈 펀딩에도 미래에셋이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글로벌 혁신 투자가’ 박현주 회장의 끊임없는 해외 도전…의미 있는 성과=미래에셋이 스페이스X 투자 기회를 잡은 데는 탄탄한 자본력이 주효했다.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은 미래에셋은 그룹 전체적으로 지난해 기준 자기자본 규모가 17조 4000억 원을 넘어섰다. 국내 1위를 넘어 아시아 ‘톱3’ IB로도 발돋움했다. 일본 1위 노무라증권의 자기자본은 약 30조 원에 달하고 2위 다이와증권은 14조 원에 이른다. 100년 역사를 보유한 이들 증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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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미래에셋의 해외투자 성과가 가시화하기까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도전 정신이 자양분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에퀴티(지분) 투자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IB를 더는 미룰 수 없다”며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서 부가 만들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자산 배분을 통해 고객 자산을 증대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며 “국내·해외 구분은 의미가 없다. 고객을 위해 국내외 우량 자산을 공급하는 글로벌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평소 혁신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에 대한 철학을 강조해왔다. 초기 리스크와 변동성을 감수하고 꾸준히 투자하면 결국 큰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제2의 테슬라로 꼽히는 스페이스X 역시 미래에 큰 수익을 낼 것으로 미래에셋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000억 달러(약 129조 원) 수준이었던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1250억 달러(약 161조 원) 규모로 급상승했다. 2002년 설립 당시 기업가치(27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약 4620배다. 미래에셋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직 사업들이 고도화하지 않았다는 리스크는 있지만 스페이스X가 우주기업 중 가장 기술력이나 생산성이 뛰어나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앞으로 기업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스타십은 스페이스X가 개발한 화성 탐사용 유인우주선이다. 스페이스X는 이를 통한 민간 우주 관광 여행도 추진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화물을 운송해주거나 위성을 우주로 올려주는 사업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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