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검찰청에 전세 사기 사건을 전담 조사하는 수사팀이 출범한다. 앞서 대검찰청이 서민 대상 전세보증금 사기 사건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데 이어 전담수사팀이 생기면서 민생 범죄 수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형사4부(부장검사 주혜진) 산하에 전세사기전담팀(가칭·전담팀)을 구성하고 이르면 18일부터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담팀 구성은 기존 형사4부 검사에 검찰 수사관을 대폭 보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형사4부는 공정거래·경제범죄 전담 부서다. 최근 관할 구역에서 전세 사기 사건이 수차례 발생하는 등 사안이 불거지자 기존 검사실에 인원을 충원해 전담팀을 만들기로 했다. 당초 예정된 6급 이하 수사관 인사 부임일인 25일보다 앞당겨 수사관을 배치하는 등 선제 조치에 나섰다. 사건이 여럿인 데다 인력난 등으로 수사가 늦춰지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재경지검의 움직임은 대검의 전세 사기 엄정 대응 방침에 발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대검은 11일 전세 보증금 사기 사건 관련 피의자가 계획적이거나 적극적으로 범행을 모의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구속 수사를 하라고 전국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실제 전세 사기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서울보증보험이 접수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모두 8130건에 총액 1조 6000억 원 상당으로 집계됐고 사고 건수와 피해 금액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청년과 서민의 피해가 늘어 민생안정에 치명타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에는 ‘세 모녀 전세 사기’ 사건과 같이 100여 명의 피해자가 약 300억 원의 대규모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전담팀 출범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나 ‘대장동 특혜 의혹’ 등 검찰이 정치적 사건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민생 문제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에서 검찰에 호의적이지 않던 국민 여론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최근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안정을 거듭 강조하는 것과 코드를 맞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전 정권 수사에 돌입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강조하고 있는 사건이 민생 범죄”라며 “전세사기전담팀 출범도 앞서 서울남부지검이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서울동부지검이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 합동수사단을 꾸린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