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보건의료노조, 노동기본권 교섭 촉구…의협과 만남은 끝내 불발

중소 병·의원 보건의료노동자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요구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조합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의료노동자를 위한 노동기본권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조합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의료노동자를 위한 노동기본권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가 중소 병·의원에 근무하는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위한 교섭을 요구했지만, 대한의사협회의 거부로 무산됐다. 노조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불평등을 바로 잡기 위한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보건의료노조는 14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소재의 의협회관 앞에서 ‘모든 보건의료노동자를 위한 노동기본권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협회·병원협회·치과의사협회를 향해 교섭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날은 본래 보건의료노조가 병협과 의협, 치협에 공문을 보내 노동기본권과 관련된 교섭일자로 제시한 날이었다. 하지만 세 단체의 거부 및 불참으로 교섭이 불발되자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기본권 교섭을 공식 요구하게 된 것이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최근 발표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사들의 임금은 약사의 3배, 간호사의 5배, 간호조무사보다는 9배나 더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의사의 임금은 의원일수록 더 많았지만 의원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상황으로 2010년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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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과 병협을 향해서는 "의정협의, 건정심, 인정심, 상종협의회 등 각종 정부위원회는 물론 모든 사회적 대화기구에 의료기관 대표단체로 참여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모성보호와 인권보장 관련 대화를 요청하는 자리는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즉시 교섭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보건의료노조가 중소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 노동자 405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노동조건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4%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무급휴가, 무급휴직, 연차휴가 강제 소진 등 휴가 관련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48.7%로 가장 많았고, 감염 관련 불이익(19.2%), 임금삭감, 체불, 휴업수당 감액 등 임금 관련 불이익(18.3%), 해고(3.2%) 등의 분포를 보였다. 특히 병원급 규모가 작아질수록 임금관련 불이익과연장근무 수당 미지급 등의 불이익을 받는 비율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코로나19 장기화와 더불어 근로조건이 더욱 열악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3살부터 13년간 요양병원 작업치료사로 근무했다는 한 노동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아침 8시 30분부터 8시간을 30분 단위로 주로 뇌손상 척수손상 환자를 매일 재활치료를 하면서 10년 넘게 같은 일을 하다보니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를 얻었다"며 "병까지 얻어가며 힘들게 일했지만 6년 동안 오른 기본급은 1만 6000원이었다. 업무 강도와 저임금으로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직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에서 중소병·의원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이 근로기준법을 포함해 남녀고용평등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위반하고 있으며, 보건의료인력 간 임금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며 강도 높게 규탄했다.

의협 등 사용자단체가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교섭에 책임있게 참가할 때까지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대표단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대한병원협회를 방문해 △근로계약서와 임금명세서 교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와 징벌 금지 △쪼개기 계약 금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정상 지급 △실근로시간 인정 △고용보험·산재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 △출산전후휴가·육아휴직·가족돌봄휴가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노동기본권교섭 요구안을 전달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와는 협회 측 거부로 만남은 물론 요구안 전달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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