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가격 급등에도 요금 조정이 미뤄지면서 한국가스공사의 올해 부채 비율이 당초 전망보다 120%포인트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겠다며 공공요금을 억누르는 사이 공공기관의 재무 상황은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재무 전망 변동치를 지난달 이사회에서 회람했다. 추산 결과 공사의 올해 부채는 40조 983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세울 때 예상했던 부채 규모(27조 8484억 원)보다 13조 1355억 원 늘었다. 부채 비율 역시 당초 예상치인 309.6%보다 119.8%포인트 늘어난 429.4%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가스공사는 이런 전망치를 재정 당국에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의 빚이 크게 늘어난 데는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연료비 조달 비용이 늘어난 점이 우선 작용했다. 우리나라가 영향을 받는 동북아 지역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지표인 천연가스현물가격(JKM)을 보면 2021년 6월 13.11달러에서 올해 38.66달러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연료비 가격이 치솟는 와중에 물가 상승을 우려한 정부가 인상분을 제때 요금에 반영하지 않아 문제가 더 커졌다.
정부는 올해 일반 가정과 자영업자가 사용하는 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을 MJ(메가줄·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총 2원 30전 인상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인상은 문재인 정부에서 가스요금을 동결하면서 쌓인 지난해 미수금(2조 9000억 원)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올해 새로 불어난 조달 비용은 고스란히 공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공사에 따르면 올 한해 미수금은 7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연료비가 올랐지만 도시가스요금이 오르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가스공사는 미수금으로 처리하는데, 요금에 연료비가 제대로 반영될 때까지 공사는 미수금만큼 차입을 늘려 조달비를 메워야 한다.
물가 당국은 소비자물가가 고공 행진하는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 시점을 늦출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가스처럼 생활에 밀접한 재화의 가격이 오르면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특히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가스공사를 비롯한 주요 공공기관의 재무구조가 한계점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요금을 옥죄는 물가 안정책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라면 부채 비율이 200%만 넘어서도 정상적인 채권 발행이 쉽지 않은 재무 상태”라면서 “당장 회사를 운영할 돈이 부족하니 어떻게든 빚을 내고는 있지만 요금이 오르기만을 바라보는 천수답식 경영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