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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스페이스X 올라탄 미래에셋…'박현주 매직' 통했다

◆1억 달러 베팅…국내 금융사 첫 대규모 투자

펀딩 라운드서 투자가 기회 따내

자본경쟁력으로 '美 안보벽' 넘어





미래에셋그룹이 일론 머스크의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에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투자한다. 해외 유수의 기관투자가들에만 주어졌던 우주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기회를 국내 금융사가 따낸 것이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 투자를 꾸준히 시도해온 미래에셋은 이번 일로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내 금융투자 업계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11일 이사회를 열고 스페이스X가 최근 진행한 라운드펀딩에 총 1억 달러를 투자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글로벌스페이스투자조합1호’를 결성하고 미래에셋증권(006800)이 1164억 원가량을 출자한다. 출자 방식은 '수시납(캐피털콜)'이며 운용은 미래에셋캐피탈이 맡는 구조다. 투자금은 스페이스X의 우주로켓 개발, 위성인터넷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링크에 쓰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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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스페이스X가 최근 펀딩라운드를 진행하고 추가 투자가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미래에셋이 투자 기회를 얻었다”며 “세계 유수의 투자사와 함께 새로 주주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펀딩라운드에서 74곳의 투자가들로부터 16억 8000만 달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목표했던 금액인 17억 2000만 달러를 밑돌면서 추가 투자가를 모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은 국내 금융회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스페이스X에 1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자기자본 투자를 집행하는 기관투자가가 됐다. 2020년 넥슨의 지주사인 NXC가 1600만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이는 국내 자산운용사가 스페이스X의 전환우선주를 사들이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스페이스X는 민간 우주탐사 기업으로는 가장 기술력이 앞선 데다 기술 보안상의 이유로 ‘투자 허들’이 높기로 유명하다. 안보를 이유로 가급적 미국 국적 투자사들에 기회를 줬고 경쟁이 워낙 치열해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받기도 어렵다.

미래에셋이 투자 기회를 얻은 것은 압도적인 자본 경쟁력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은 1999년 12월 자본금 500억 원으로 설립돼 지난해 기준 자기자본 17조 원을 돌파하며 아시아 3대 IB에 올랐다. 올 2월에는 사상 최초로 연간 당기순이익 1조 원을 달성했다. 이 같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해외 투자자산을 늘리며 이름도 널리 알렸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 첨단산업의 선봉에 선 스페이스X 투자를 계기로 해외 IB딜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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