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연정 ‘내홍’에 伊 총리 결국 사의… 대통령은 즉각 ‘반려’ ?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달 독일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달 독일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최대 정당 오성운동(M5S)의 연립정부 이탈로 위기에 빠진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드라기 총리가 제출한 사임서를 즉각 반려했다. 드라기 총리는 오는 20일 의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우크라 지원·민생 대책 두고 여권 내 ‘잡음’ 커져


1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탈리아 총리실은 이날 드라기 총리가 내각회의에서 사의를 밝혔다고 전했다. 드라기 총리는 이 자리에서 그 동안 연립정부를 지탱해온 국가적 연대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마타렐라 대통령은 사임서가 전달되자마자 이를 즉각 반려했다고 FT는 전했다. 대신 그는 드라기 총리에게 정국 위기 상황을 의회에 설명하고 해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드라기 총리는 오는 20일 상·하원에 잇따라 출석해 현 정국과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이번 일은 이탈리아 연립정부가 ‘내홍’을 겪으며 비롯됐다. 직전 총리인 주세페 콘테가 이끄는 오성운동은 이날 260억유로(약 34조원) 규모의 민생 지원 법안과 연계된 상원의 내각 신임 투표를 ‘보이콧’했다. 오성운동은 그 동안 에너지 위기, 물가 상승과 관계된 민생 지원책을 두고 드라기 총리와 대립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내홍의 한 요인이 됐다. FT는 “오성운동 내에는 이탈리아가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미국의 보조를 맞춰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원내 제1당인 오성운동을 떠나 드라기 총리를 지지하는 새로운 정당을 결성하겠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탈리아 여론도 드라기 총리보다는 오성운동 쪽에 더 기울었다는 것이다. 다니엘 알베르타치 영국 서레이대 정치학 교수는 “이탈리아 국민 상당수는 러시아를 지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잘 하고 있다고 보지도 않는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1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상원에서 원내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M5S) 소속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정부의 260억유로 규모 민생 지원 관련 법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EPA연합뉴스1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상원에서 원내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M5S) 소속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정부의 260억유로 규모 민생 지원 관련 법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일 드라기 ‘신임 표결’ 이뤄질 수도


마타렐라 대통령이 드라기 총리가 제출한 사임서를 반려하면서 일단 이번 일은 일단락 됐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드라기 총리의 사임서를 반려한 것과 관련해서는 드라기 내각이 현 의회 임기가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돼야 한다는 의중이 담긴 결정이란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이에 따른 에너지 비용·물가 상승, 경기 침체 우려, 코로나 19 재확산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총리 교체나 조기 총선 실시는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란 뜻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 번도 가을 총선을 실시한 적이 없다. 9∼10월은 차기년도 예산안을 수립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정국 향배의 키를 쥔 마타렐라 대통령이 드라기 총리의 유임 의지를 천명한 만큼 오성운동을 포함한 의회가 어떠한 방식으로 정치적 타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드라기 총리가 의회에 출석하는 20일 드라기 내각의 의회 과반 점유 여부를 확인하는 별도의 신임 표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드라기 총리의 최대 우군인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PD) 당수 엔리코 레타 전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드라기 내각에 대한 의회 신임을 확인할 수 있는 닷새의 시간이 주어졌다고 짚었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인 드라기 총리는 지난해 2월 연정 붕괴로 사임한 콘테 전 총리의 후임으로 내각 사령탑을 맡아 코로나19 사태와 경제 위기 등 현안에 무난하게 대응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양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