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전력난에 원전카드 꺼낸 日…"올겨울 최대 9기 가동할 것"

화력발전도 10기 늘리기로

"탈탄소 정책 더 후퇴" 우려

14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 로이터연합뉴스14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올겨울에 최대 9기의 원전을 가동하겠다고 공언했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원전 사고의 트라우마로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극히 제한해왔지만 때 이른 폭염으로 전력예비율이 전례 없이 떨어지면서 겨울철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자 결국 원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와 함께 화력발전소를 10기 늘리겠다는 방침도 밝혀 일본의 ‘탈탄소’가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날 참의원 선거 후 처음으로 연 기자회견에서 “전력 피크 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 원전 가동에 대해서는 “각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의 이해와 협조를 얻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전면에 나서 끈질기게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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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총소비 전력의 10%를 확보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25기의 원전이 재가동을 신청해 10기가 당국의 사용 승인을 받았지만 인근 주민들의 우려와 안전 공사 등의 이유로 현재 5기만 가동되고 있다. 제한적인 가동으로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 현재까지 원전의 전력 공급 비중은 6%에 불과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는 이 비율이 약 30%에 달했다.

‘원전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정부가 원전 가동 확대를 천명한 것은 극도로 악화한 일본의 전력 수급 사정 때문이다. 6월 들어 각 지역의 기온이 섭씨 35~40도까지 치솟는 폭염이 이어지고 냉방 수요가 폭증하자 일본 정부는 지난달 말 사상 처음으로 ‘전력수급핍박주의보’를 발령했다. 일본의 전력예비율이 5% 밑으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일본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제재하면서 에너지 공급처가 제한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난 극복을 위해 기시다 총리는 화력발전소를 10기 늘려 500만~800만 ㎾의 추가 전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내년 1월께 3%의 전력예비율을 달성하려면 200만 ㎾의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구체적으로는 노후 발전소 재가동, 건설 중인 화력발전소 조기 가동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 같은 정부 계획이 전력 수급 개선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통신은 “연말 원전 9기 가동은 이미 지역 전력회사들이 세워놓은 계획”이라며 “엄격한 일본의 원전 가동 절차를 고려할 때 정부가 가동을 강제할 능력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지 않아도 화력발전 확충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의 탈탄소 정책을 더욱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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