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백년대계’ 세우겠다던 국가교육위…출발부터 '삐그덕'

■국가교육위원회 21일 출범 무산

위원 구성 난항에 결국 예정일 넘겨

2022 교육과정 '졸속 심의' 우려

교부금·자사고 문제 등 현안 산적

초정파 운영 위한 보완 시급 지적

지난해 7월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찬성 165인, 반대 91인, 기권 5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해 7월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찬성 165인, 반대 91인, 기권 5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백년대계(百年大計)의 교육 정책을 수립하자는 취지로 탄생하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출발 전부터 삐걱 거리고 있다. 당초 예상 출범일인 21일을 불과 나흘 앞두고 위원 구성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출범이 지연됐다. 당장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심의·의결을 해야 하는데 2025년부터 시행될 고교학점제와 2028학년도 대입 개편 등과 맞물려 있는 사안인 만큼 졸속 처리될 우려가 크다. 지방재정교육교부금, 고교체제 개편과 같은 첨예한 교육 현안들도 쌓여 있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7일 각 기관에 국교위 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이후 위원을 추천한 기관은 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유일하다.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과 조희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등을 포함하면 전체 21명의 위원 중 불과 3명만이 확정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곧 홍원화 회장(경북대 총장)을 추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교위 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가 9명, 교원 관련 단체가 2명, 시도지사 협의회가 1명,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이 각 1명씩 추천한다. 가장 많은 몫을 가진 국회는 원 구성을 놓고 공전만 거듭하다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위원장 임명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교원 관련 단체 역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몫이 아닌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교사노조연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현재로선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처럼 위원장과 위원 몇 명만으로 출범한 뒤 추후 구성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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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결국 이날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위원 구성, 직제 확정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조속히 출범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1일은 국교위 설립 법령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으로 법 시행일 이후 여건이 구비됐을 때 설치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국교위는 중장기 교육 정책을 수립할 초당적·초정파적 기구가 필요하다는 교육계의 염원 속에 탄생했다.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국가 교육 발전 계획 및 국가 교육 과정 기준·내용 수립, 교육과 관련한 국민 의견 수렴·조정 등 크게 세 가지의 기능을 맡는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공약으로 발표한 이후 지난해 관련 법령이 통과돼 약 20년 만에 출범하게 됐지만 출발부터 삐그덕거리고 있다.

당장 국교위는 올해 연말까지 교육부 장관이 고시할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심의·의결하도록 돼 있는데 사실상 정상 출범이 어려워져 졸속 심의 우려가 나온다. 특히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5년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와 2028학년도 대입 개편과도 맞물려 있는 교육 대전환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교육계 우려는 더욱 크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위원 구성이 늦어지면 당장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부터 졸속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고교학점제·대입 개편 등 후속 논의를 위해서라도 구성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교부금 개편과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 존치 문제 등 첨예한 교육 현안들도 쌓여 있다. 당연직 위원을 맡게 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교부금과 자사고 문제를 국교위에서 다루자고 제안한 상태다. 국교위와 교육부·시도교육청의 기능·역할을 보다 세밀하게 나누는 것 역시 과제다.

설립 취지대로 초정파·초정권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행 선출 방식에서는 각 위원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주장하며 공전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선출 방식이 표면적으로는 민주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 위원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남기 교수는 “시행령을 통해 각 추천 기관이 3~5배수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상대 당이나 단체에서 추천권을 행사하는 ‘위원 교차추천권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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