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쌍高'에 돈줄 마르는 기업…"투자보다 현금"

■ 글로벌 복합악재…재계, 하반기 축소경영으로 유턴

비용부담 급증…불확실성 커져

LG엔솔 이어 SK도 투자 재검토

기업들 28% "하반기 규모 축소"

"투자 줄이면 경기 활성화 찬물"





급격히 얼어붙는 글로벌 경제 상황 속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투자를 대거 미루거나 재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고금리 등의 복합 악재로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이들 기업의 투자 보류는 중소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경기 침체→투자 보류→고용 감소→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기업들은 경영 환경 급변에 대응해 하반기 경영 전략 재검토에 속속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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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회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3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해 “지난해 세웠던 투자 계획들이 어느 정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원자재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원래 투자를 계획했던 것과 잘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2026년까지 247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SK그룹의 계획에 대해서는 “안 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이자가 계속 올라가는 만큼 전략·전술적 형태로 투자를 지연하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1조 7000억 원 규모의 미국 배터리 공장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면서 당초 예상했던 투자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국내 5대 그룹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은 어려운 시기”라며 “선택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신중한 투자 집행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이 밖에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건립한다고 발표한 기업들도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상위 20대 기업의 재고자산은 올 1분기 20조 원 이상 급증했으며 기업들은 미래의 불확실성과 금리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현금성 자산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하반기에 투자를 늘리기보다 더 줄이겠다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100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국내 투자 계획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28%는 “상반기 대비 투자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 불확실성에 직면한 기업들이 투자를 더 줄이면 국내 경기 활성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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