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지난해 7월 이후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40년래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 고물가에 대한 전망이 다소 꺾였다는 의미로, ‘인플레이션 완화’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 인상 폭을 고민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운신 폭’이 조금이나마 넓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16일(이하 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대가 집계한 5년 기대 인플레이션율 7월 수치는 2.8%로 전월(3.1%)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FT는 “이로써 지난해 7월의 2.8% 이후 줄곧 2.9~3.1%를 보여온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이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5.2%로 전월(5.3%) 대비 소폭 하락하며 2월(4.9%) 이후 가장 낮았다.
이에 따라 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1%포인트가 아닌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시간대 인플레이션 기대 수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결정하게 만든 핵심 지표 중 하나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9.1% 올라 물가 고공 행진이 재확인되면서 연준이 더 과감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지만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낮아졌다는 것은 연준이 경기 침체를 촉발할 정도로 무리하게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을 나타내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 FOMC에서 금리를 0.75%포인트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은 70.9%를 기록한 반면 1%포인트 인상 전망은 29.1%로 낮아졌다. 기대 인플레이션 수치가 발표되기 이틀 전인 13일에 1%포인트 인상 전망이 무려 80.35%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1%포인트 전망은 급격히 힘을 잃은 것이다.
다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음이 여전히 큰 만큼 연준이 더욱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잡히는 시점은 내년은 돼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는 것을 보고 있다. 고물가 ‘불길’에 찬물을 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