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8·28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새로운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대선 패배에) 책임지는 행동이라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이 의원의 당 대표 선출이 유력시되고 있다.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불과 넉 달여 만에 당권 경쟁에 나선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렵다. 게다가 이 의원은 6·1 지방선거 참패에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반성하고 자숙하기는커녕 당 대표를 맡겠다고 서두르는 것은 명분도, 염치도 없는 행태라는 게 당 안팎의 지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의원은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법인카드 유용,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러니 ‘방탄용 금배지’에 이어 ‘방탄용 당권을 발판으로 대권 재도전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다수 의원들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민주당은 지난 5년간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 국정 실패에 대해 참회하고 국민의힘과 쇄신 경쟁을 벌어야 한다. 그런데도 계속 국회를 공전시키면서 당내 계파 싸움에 빠져 있다. 제헌절인 17일까지도 21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을 하지 못한 것은 여야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다. 특히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독식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국민의힘과 타협점을 찾아 조속히 국회를 정상화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 복합 위기의 쓰나미가 밀려오는데도 여야가 정치적 득실만 따지며 입법부 공백 상태를 만들고 민생을 외면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권력 싸움에 매몰되지 말고 위기 극복과 혁신 역량을 놓고 경쟁해야 나라도, 당도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