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달러화 강세 속에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앞다퉈 대폭 금리 인상에 나서는 ‘역환율 전쟁’에 속도가 붙었다. 통상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조절이 0.25%포인트 단위로 이뤄지던 것과 달리 각국이 0.5%포인트 이상의 ‘빅스텝’을 밟는 현상이 통화정책의 '뉴노멀'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 시간) 4~6월 전 세계 55개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을 분석한 결과 0.5%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상이 총 62차례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달 들어 이뤄진 17번의 금리 인상까지 더하면 4개월도 안 돼 빅스텝만 80번 단행됐다. 제인 폴리 라보방크 선임외환관리담당관은 “이제 50이 새로운 25"라고 진단했다. 통상적인 금리 인상 폭이 25bp(1bp=0.01%포인트)에서 50bp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21세기 최대 규모의 금리 인상'을 촉발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다. 연준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나라 입장에서는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 약세로 얻는 수출 경쟁력보다 외환 유출, 인플레이션 심화 등에 따른 출혈이 더 크다는 판단 하에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한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강달러 압력에 취약한 신흥국들의 금리 인상 폭이 크다. 지난해부터 통화 가치가 폭락한 헝가리는 12일 기준금리를 2%포인트 파격 인상해 최근 두 달 사이 3.85%포인트나 올렸다. 칠레와 필리핀은 14일 나란히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선진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캐나다가 지난주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울트라스텝(1%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섰고 호주·노르웨이·스위스·뉴질랜드 등도 빅스텝 대열에 뛰어들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아직 금리 인상에 합류하지 않은 채 21일 통화정책회의를 앞둔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에 쏠리고 있다. ECB는 6월 유로존 물가 상승률이 8.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11년 만에 금리 인상을 시사했지만 여전히 인상 폭은 25bp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나 홀로’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BOJ 역시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