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임기 내 ‘250만+α 주택 공급’을 달성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꺼내든 실행 방안은 ‘민간 제안 도심복합사업’ 모델이다. 공공 시행 도심복합사업에만 부여한 각종 특례를 민간 사업자에게도 부여해 도심 역세권을 효과적으로 개발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공급 가뭄이 심각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정비 사업의 속도를 내도록 인허가 기간을 최대 1년 단축하는 ‘통합 심의’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8일 윤 대통령에 △국민 주거 안정 지원 △출퇴근 불편 해소 △신성장 동력 확충 △공공 혁신, 규제 개혁 등 4개 핵심 추진 과제를 담은 업무 보고를 진행했다. 이날 보고는 ‘시장의 힘을 살려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두루 반영했다.
특히 주거 안정 지원을 위해 국토부가 추진하는 민간 제안 도심복합사업은 이 같은 기조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대규모 주택 공급 방안을 담은 2·4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 가산디지털역 인근 등 도심 역세권을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개발 주체를 공공에 한정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이번에 제시한 민간 제안 도심복합사업은 토지주 등 민간이 신탁사나 리츠(REITs) 등과 협의해 직접 개발의 주체가 돼 도심 역세권을 주거·상업 등으로 복합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사업은 연내 도심복합개발특례법 제정을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민간 사업 주체에도 공공에 부여했던 도시 건축 특례나 절차 간소화, 세제 혜택 등을 동일하게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사업 대상지로 도심, GTX 역세권, 3기 신도시 등을 거론했다. 이미 지정된 사업 후보지 가운데 수익성 부족이나 주민 반발로 사업이 좌초된 곳도 적용될 여지가 있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역대 모든 정부가 주택 공급을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총량으로 보면 민간 공급 물량이 85%, 공공 물량은 15%에 불과하다”며 “다양한 사업 주체가 뛰어들도록 해줘야 주택 공급이 촉진되는 만큼 지난 정부에서 공공만 할 수 있게 하던 부분을 민간에 확대해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국토부는 연내 이어질 금리 인상에 대비해 디딤돌대출을 받은 서민 가운데 희망자를 대상으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변경하는 것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향후 100bp 금리 인상 시 1억 4000만 원을 대출한 차주의 연평균 이자 부담이 약 85만 원 줄어든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도 업무보고 자리에서 “민생 안정의 핵심인 주거 안정과 주거 복지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원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를 마친 뒤 윤 대통령이 ‘하우스푸어’에 대해 “영끌, 빚투했던 것은 결국 짧게 보면 전 정권, 길게 보면 한국사회 전체가 청년을 그렇게 몰아갔기 때문에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방관자적 자세가 아니라 국가가 두텁게 안아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단계적으로 받던 교통·재해·환경 등 각종 영향평가를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통합 심의’를 확대 도입하는 계획도 업무 보고에 포함됐다.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시행 중인 인허가 기간 단축 모델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원 장관은 “속도를 혁신하는 것이 핵심이며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지방 등 전국 차원에서 정비 사업의 통합 심의가 이뤄지도록 법제화를 추진하려 한다”며 “통상 3~4년 소요되는 인허가 기간이 최대 1년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시에서 최초로 도입한 신통기획을 국토부가 원용하는 것은 주택 공급을 빠르게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임기 내 해외 건설 수주 연간 5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우리 기업의 수주를 적극 지원하는 방안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이를 위해 연말께 고위급 인프라협력단을 해외에 파견할 방침이다.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 도심 내 새로운 고밀·복합 성장 거점을 조성하고 이를 광역 철도망 등으로 연결하는 국토 공간 혁신안도 추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