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망친 막내가 ‘제가 부끄럽지 않느냐’는 e메일을 보냈다. 오랜 고심 끝에 보낸 답은 한 가지였다. ‘공부 잘한다고 내 새끼고, 못하면 아니냐. 자식 부끄러워하는 아비가 부끄러운 거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어느 목사님 설교에서 들은 이야기다.
이른바 ‘탈북 어민 북송’ 문제로 시끄럽다. 핵심은 이들을 우리 국민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인 것 같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 국민이 되는 요건을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이를 근거로 제정된 것이 국적법으로, 국적법은 출생·인지·귀화에 의한 국적 취득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북한 주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인지는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헌법은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제3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제4조)’고 규정한다. 이에 의할 때 북한 주민들은 적어도 이념적·선언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을 이탈해 국내에 들어올 경우 현실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 대법원도 출입국관리법 관련 사건에서 같은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즉, 북한법의 규정에 따라 북한 국적을 취득해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으로부터 북한의 해외공민증을 발급받은 자라 하더라도 북한 지역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어서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는 것이므로 그 사람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누1221 판결). 대법원 판례에 의할 때 북한 어민들도 우리나라에 들어온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민으로 봐야 한다. 이는 설령 탈북 어민들이 어떤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흉악범이라고 해도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북한주민이탈법은 ‘북한이탈주민을 북한에 주소·직계가족·배우자·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사람을 말한다(제2조 제1호)’라고 규정한다. 또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이 법을 적용한다(제3조)’고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대한민국은 보호 대상자를 ‘인도주의’에 입각해 특별히 보호해야 한다(제4조 제1항)’고도 규정한다.
그런데 자필확인서에도 불구하고 귀순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겠다며 어민들을 북송하는 것이 인도주의에 입각한 특별 보호인지 묻고 싶다. 다른 사람의 ‘진정성’을 판단할 자격과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백번 양보해도 최소한 헌법상의 기본권인 무죄 추정의 원칙과 적법 절차의 원칙,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흉악범과 이웃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흉악범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강제로 추방할 수는 없다. 더 근본적으로는 법원에 의해 죄와 벌이 확정되기까지는 그 누구도 다른 사람에 대해 함부로 정죄할 수 없는 것이다.